나의 행성에 날아드는 바오밥나무 씨앗

강력한 말 한마디, 말로 짓는 구업(口業)

by 미흐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를 기억한다.

한국에서 자라면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바오밥나무가 행성 전체를 집어삼킨 그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바오밥 나무 씨앗은 생명력이 강력하고 어마무시하게 크게 자라나는 특성이 있어서, 어린 왕자가 사는 소행성에는 치명적인 존재이다.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바오밥 나무 씨앗을 빨리 청소하고 없애주어야 하는데, 이 관리를 잘 못했다가는 행성 전체를 파괴해 버릴 수도 있다.


요즘 명상을 하면서 내 인생에 수많은 바오밥 나무 씨앗들이 바람에 날려와 내 행성에 뿌려졌고, 나의 관리가 미숙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씨앗들로부터 나의 행성을 지켜내지 못한 적이 몇 번 있었고, 순식간에 자라난 바오밥 나무들이 나의 행성을 덮어버려 까딱하면 행성 전체를 파괴할 뻔한 적도 있었다.


내 행성(인생)에 의도치 않게 날아온 씨앗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소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 '생각 한 톨'은 때때로 바오밥나무 씨앗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의 친한 사람들, 혹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나에게 남긴 말 한마디가 나가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에 입력되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여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특정한 말 한마디에 나의 인생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과 같다.


'넌 왜 맨날 덤벙거리니?'

'넌 성격이 너무 예민해.'

'네 생각은 허무맹랑한 거 같아.'


이런 말 한마디가 무방비한 상태의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면 뿌리 깊은 자기 의심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나의 행성을 날아들어오는 씨앗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열심히 행성을 청소하며 관리해야 한다. 이따금씩 따로 시간을 내어 나를 돌아보는 자아성찰이 이런 청소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고집에 세다, 똑똑하지 못하다, 자기 멋대로다, 칠칠치 못하다 등의 부정적인 말을 들으며 성장한 아이는 어느새 정말 고집이 세고, 자기 멋대로에 덤벙거리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지 모른다.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평생을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잘못 뿌려진 씨앗의 뿌리를 제거하고, 앞으로 어떤 씨앗을 심을 건지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태어났다.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을 하고 나면, 그에 맞는 말과 생각의 씨앗을 나의 행성에 뿌리고 열심히 물을 주고 관리해 주는 일이 남는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잠재의식 속으로 들아가 그 사람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무섭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커다란 힘을 가진 에너지 덩어리이다.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이라는 표현이 있다. '말로 짓는 업', 즉 말을 한다는 것은 나의 인생을 움직이는 카르마를 만들어내는 행위와 같다.


이것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과 생각은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흘려보내는 생각 하나, 혼잣말 하나도 나의 잠재의식에 씨앗이 될 수 있다.


어떤 씨앗을 나의 행성에, 그리고 우주를 함께 걸어가는 다른 행성들에 전해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