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부부 싸움 넘기는 현명한 방법
오후에 오빠와 살짝 다투었다.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 종일 붙어살다 보니(일도 같이 해서) 투닥투닥하는 건 일상이다. 오늘 다툼은 상·중·하로 따지면, 한 '중하' 정도? 내가 설거지하면서 짜증을 막 쏟아냈으니 강도가 아주 약한 다툼은 아니었다. 오빠도 "이씨! 이씨" 하면서 툴툴댔으니 짜증이 좀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오빠가 씩씩대며 이러는 것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너만 바라볼 줄 알아?"
"언제까지?"
"뭐 아마 반백 년 정도까지만 그럴 거 아니겠어! 흥!"
반백 년이라고? 아! 진짜 너무 웃겼다. 그러면 거의 백 살이 다 될 때까지 나만 바라보고 있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런 사랑 고백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복숭아 사건 이후로 가장 웃긴 싸움이었다. 진짜 너무 웃겨서 완전히 깔깔대고 싸움은 바로 종료됐다. 그래서 아마 다툰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만난 친구와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난다. 아이 없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 없이 살려면 부부 사이가 엄청 좋아야 하는 것 같아. 내 주변에 애 없이 사는 부부들은 다 사이가 좋더라고"
친구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와 내가 일상에서의 숱한 싸움들 속에서 오늘처럼 유쾌하게 화해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어른들 말처럼 아이도 없으니 쉽게 이혼으로 갔으려나. 글쎄. 잘 모르겠다.
지금은 결혼 10년 차라 능글능글하게 크고 작은 갈등들을 잘도 넘어가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싸움은 꽤나 심각했다. 법원 앞에서 만나자며 몇 날 며칠을 말 한마디 안 했을 때도 있었다. 그 시기도 잘 넘기고 왔기 때문에(물론 백 번쯤 죽이네 살리네 했었다.)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아이가 없었기에, 자잘한 다툼에도 똑바로 직면하고 화해하는 데에 에너지를 쓸 수 있었을까?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성격도 성향도 극단적으로 다른 오빠와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헤어지지 않고 잘 살 수 있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인정한다. 지금만 같으면 반백 년 정도는 더 사랑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