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교회 공동의회가 보여준 폭력
포도원교회가 3월 22일 공동의회에서 김문훈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했다. 1800여 명 가운데 1600여 명이 찬성했다. 90%에 육박한다. 교회 측은 이 숫자를 교인들의 뜻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어떤 조건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동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저녁 예배에서 설교한 김현규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꺼내며 "따지지 말고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선임장로는 김문훈 목사가 "언론에 다 까발려져서 광야에 몰리고 있다. 하나 남은 명예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찬성은 사랑이고 반대는 매정하다는 틀이 투표 전에 깔렸다. 이 분위기 안에서 반대표를 던지려면, 공동체 안에서 '은혜 없는 사람'이 되는 걸 감수해야 했다.
그 심리적 압력을 물리적으로 확정한 건 거수투표다. 비밀투표를 요청한 교인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수는 내 옆자리 교인이, 내 앞줄 장로가, 단상 위 사회자가 내 선택을 지켜본다는 뜻이다. 1800명 앞에서 손을 들지 않으려면 자기 얼굴을 걸고 다수에 맞서야 한다. 의사를 확인한 게 아니라 충성을 확인한 거다.
반대 의견이 나왔을 때 그 목소리가 다뤄진 방식도 문제다. 한 교인이 노회 처분 없이 원로 추대를 진행하는 절차적 문제를 짚고, 상처받은 부교역자들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자는 "진행에 문제없다" 한마디로 끊었다. 항의하는 교인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동료 교인들로부터 즉각적인 적대를 마주했다는 뜻이다. 90%라는 숫자는 동의가 얼마나 컸는지가 아니라 반대할 수 없는 환경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대 의견을 내는 데 드는 비용이 이 정도였을 것이라 예상한다.
공동의회는 교인이 교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통로다. 그 자리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보장되지 않으면, 교인은 의결권자가 아니라 추인자로 전락한다. 포도원교회의 90%가 증명하는 건 김문훈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신뢰가 아니다. 한국 대형교회의 공동의회가 얼마나 쉽게 무력화되는지, 그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