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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로 읽는 당신이라는 우주(1)

나는 어쩌자고 타로를 배웠는가? by 멸종각

by 유유히유영
" 저 타로카드 다룹니다... "

사실 별 거 아닌 것 같겠지만, 이 말은 보통 사람이 좀 모였다 싶은 자리에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입니다.


- 어서어서 꺼내놓아라, 아니면 너의 목을... 흠흠
-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꺼내놓아라... 흠흠
- 뭐래 뭐래? 이거 왜 거꾸로 놔? 그래서 내년엔 뭐라고?


네, 사실 별 거 아닌 것 같겠지만, 타로카드는 명성과 역사와 상관없이 상당한 모임 권력입니다.


처음 타로카드를 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뚜렷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의미를 지니는 카드들...어디까지 가봤니?

남성 상담사로서 치명적인 단점 중에 하나는 바로 내담자가 여성인 사람들의 상담이 애초에 불가능한 지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이슈는, 아예 앞에 남자가 앉아있다는 것만으로 아웃인 경우가 상당합니다.


바로 그 단점을 극복하고자 고안된 여러 가지 대안들 중에 (특히 기관이 아닌 곳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상담 방식이 타로 상담이었죠. 이는 여성주의 상담에서 자주 차용되는 방식이기도 했고 큰 부담이 가지 않는 수업일정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되자마자, 곧바로 초급과정을 1년 반가량 배우고 중급과정까지 입문을 하게 된 것이 제가 타로와 인연을 맺은 계기였습니다.


- 이거 아무나 배울 수 있어요???


물론 아무나 배울 수는 있지만 무료는 아닌 데다 강사 자격을 얻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취미로 알고 싶다면, 시중에 관련 서적들이 잘 나와있으니 독학으로 하셔도 무방합니다.(단, 이것을 생업으로 하시겠다거나 본인의 업무 또는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자 할 시에는 반드시 협회에 등록된 강사나 다른 정식 루트를 거치시는 게 안전합니다.)


- 이거 왜 해요?
3.jpg 타로라는 이름의 작가의 똑똑하게 사는... 그런 방법... 아니 그게 됩니까 님하...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지혜들이 있습니다만, 역시 먼저 알아 대비하거나 먼저 알아 피해 가는 지혜들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양각색의 믿음과 추종을 가지고 그런 것을 빌어오려고 하죠.


하지만 전 정말 타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배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말문이 막히는 사람들의 말문을 열기 위한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죠.


이것이 똑똑한 선택이었는지는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이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고 남을 똑똑하게 해주는 것도 분명 아닌데 왜 그렇게 뭔가 똑똑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지도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죠.

4.jpg 소드 5! 이 카드를 본 당신과 나는 정말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웜헠ㅋㅋㅋㅋ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난 뒤에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타로카드 하나를 가지고도 우리는 정말 서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데다 때로는 그동안의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큰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요.


이게 뭐라고, 고작 카드 몇 장이 그동안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일어났던 일을 해석하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보는 연습까지도 해보게 된다는 것이죠. 그것은 분명 어떤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니까요.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은, '투머치토커'인 이 멸종각이 3시간씩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도 사람들의 눈이 졸림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죠.


5.jpg 힘내 친구, 마지막으로 5분만 더 말할게~


제 말주변이 능수능란하다는 게 아니라 타로로 푸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좋으니까요.


타로는 아마 처음으로 '나'라는 프리즘으로 걸러지지 않는 '너'의 이야기 그 실타래를 만들어준 매개체였던 것 같습니다. 그건 그저 발에 치이는 주변 답정너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음들로부터 독립된 '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봅니다.


그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었어도 아니, 바로 내 주변에 있는데도 한 번도 속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이라도 타로를 통해 함께 들여다본 건 바로 당신이라는 우주 그 자체였습니다.


때로는 너무 반짝이고 때로는 너무 출렁거려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깊은 어떤 세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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