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히유영 Jan 08. 2020

[미드] 로스트 인 스페이스 시즌2-가족애에서 인류애로

(스포일러가 살짝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고퀄리티 SF 드라마다. 소수의 인간이 지구를 떠나 미지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시즌 1부터 흥미롭게 봤었는데, 시즌 2는 더 좋았다. 매 편 숨죽여 봤을 만큼 전개도 극적이다. 척박한 우주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지식, 기술, 지혜를 동원하는 인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아, 사람은 이런 존재구나.",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은 각각 다른 선택을 하는구나." 인간을 평면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입체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로빈슨 가족을 중심으로, 매 순간 선택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십 대 소년 윌 로빈슨이 외계에서 만난 로봇과의 교감을 하며 일어나는 사건들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나는 인물들 각각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 스미스라는 인물이 가장 흥미로웠다. 드라마 안에서 가족끼리 똘똘 뭉친 로빈슨 가족이 '선'이라면, 늘 이기적인 선택만 하는 스미스는 '악'으로 그려진다. 로빈슨 가족은 자기네 식구만 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타입은 아니다. 타인이 위험에 빠졌을 때도 똑같이 최선을 다해 돕는다. 단, 로빈슨 가족의 끈끈함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이 가족의 스토리와 사랑이 섬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이기주의를 싫어하는 나에게도 로빈슨 가족의 '가족애'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스미스는 궁지에 몰렸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로빈슨 가족은 자기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남을 위험에 몰아 넣는다"고 험담을 한다. 아무 정보 없이 그의 말을 들으면 객관적인 진술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 로빈슨 가족은 타인을 해치면서까지 가족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극중 스미스 박사로 나오는 인물. 드라마 속 실제 이름은 '해리스'이지만, 스미스라는 사람의 가운을 훔쳐 입고 스미스 박사 행세를 한다.


내가 가진 가족 이기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기 가족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외 타인이나 사건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난 싫었던 거다. 사실 가족 이기주의는 가족간의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 '가족 안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을 준 경험을 한 사람이 타인과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가족 안에서 결핍이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그 그림자가 드러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물론, 그것 또한 타인과의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여하튼, 가족 안에서 나누는 사랑은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다. 자세히 보면 로빈슨 가족 안에도 처음부터 완벽한 사랑만이 존재했던 건 아니다. 서로 상처 주고 받는 경험을 많이 했다. 부부 갈등, 아빠의 긴 부재도 있었다. 딸 페니는 엄마와 내적 갈등이 있었고, 우주에서의 극한 상황에서조차 그 갈등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으로 인해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기적이 가족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일어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영화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랑은 그런 힘이 있다고 믿는 편이라, 적잖이 감동적으로 보았다. 그리고 결국 이런 사랑을 목도한 스미스 역시,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버리고 결국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시즌3>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지 너무 궁금하다.)


내가 만약 우주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해 가족 및 타인과 함께 미지의 여행을 떠난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 본다. 지구에서 누렸던 편안함은 없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 온다면, 가족을 향한 사랑이 더 가까이 다가올까? 아마 그럴 것 같다. 로빈슨 가족처럼 젖먹던 힘까지 쏟아 가족을 살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애를 뼈저리게 실감할 것 같다. 가족애가 아닌, 인류애 말이다.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로빈슨 가족의 뒤통수만 쳤던 스미스가 결정적 순간에 희생을 선택했다.


스미스는 가족에 대한 상처와 결핍으로 인해 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스미스는 가족에게 미움받고 버림받았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 믿고 자신만을 위한 선택(그게 범죄일지라도)만 하며 살아왔다. 광활한 우주에 내가 떠 있다면, 그런 스미스 같은 사람에게도 손을 뻗을 수 있을 만큼의 인류애가 생길 것만 같다. 생명의 소중함을 날마다 경험하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일상이라면 그저 내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가족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로빈슨 가족과 우주에서 7개월간 함께 있었던 스미스의 고백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미스는 "내겐 당신들이 가족이었다"고 말하며, 난생 처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고 위험을 무릅쓴다. 스미스의 선택에 작동한 것은 가족애였을까, 인류애였을까. <시즌 3>에서도 부디 스미스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