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 더 블럭> 101회 '시간의 마술사들'을 보고 by 유자까
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인터뷰하는 방송을 보았다. 인상은 친절해 보였고 목소리도 밝게 느껴졌다. 최근 의사들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상태라 채널을 돌리려했는데, 프로그램 방송작가가 아주 기막힌 전략을 썼다. 내레이션도 없이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 정확하게 생각은 나지 않지만 감동해서 나를 텔레비전 앞에 머물게 했다.
주로 약물로 4기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의였다. 그런 의사이기에 환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나눈다고 했다. 80대의 환자가 입원했는데, 자녀들은 보험이 되지 않는 약을 사용해서라도 더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환자는 치료를 거부했지만, 가족들이 치료를 원했다. 결국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에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그 의사는 가족에게 좀 더 강하게 ‘웰 다잉’을 이야기하지 못한 지점을 안타까워했다.
많은 이야기가 흘러지나 갔다. 나는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러다 머리를 한 대 때리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한 노인이 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항암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일기를 써보기를 의사가 권했다. 노인은 결국 사망했는데, 사망하고 며칠 후에 아들이 방문했다. 정말 작은 수첩에 일기를 썼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두 줄로 요약해서 적는 습관이 있었다.
“아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그런데 아들에게 미안하다 말할 수 없다.”
난 방송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잘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난 아버지가 미웠다. 어머니를 고생하게 하고,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나를 때린 사람을 기억한다. 집에서 돈만 가져가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다. 만약,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의절하고 살아갈 것 같았다. 아니, 나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모두 사람이 아버지 혹은 어머니와 반목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유달리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 사람일까. 그 방송을 보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아버지가 저런 글을 남기고 가신다면(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아버지를 저 글 하나로 용서할 수 없을 지도 모르니. 내게 아버지는 어느 순간 그런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 의사는 고1 시절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더 많은 추억을 남기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래서 어린아이에게 부모의 암 소식을 전할 때 더 많이 긴장한다고 이야기했다.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생각에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이럴 때 멋진 말이 떠오르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