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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Apr 16. 2021

제대로 운동하니까 제대로 빠지더라

41세 여성, 6개월 만에 12kg 감량한 썰 by 믹서

‘다이어트는 평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다이어트가 어렵다는 의미다. 나 또한 그 말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으로서 무려 25년의 다이어트 역사 속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건강한 음식 잘 먹고 운동 열심히!”라는 다이어트의 정석으로 무려 12kg 감량에 성공했으므로 나도 이제 몇 마디 할 수 있겠다 싶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40대에 들어서니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쉽게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무리를 했다 싶으면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 나이는 다이어트에도 영향이 있더라. 20대에는 굶기도 하고, 밤에 줄넘기 천 번 정도 하면 한 달에 5kg 정도는 거뜬히 빠졌다. 30대에도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살이 빠졌던 것 같은데 40대가 되니 이럴 수가... 살 빠지는 속도가 느려졌다.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노력하면 반드시 빠지긴 빠진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다이어트 연대기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밤마다 줄넘기 천 개씩 했더니 9kg가 빠졌다. 20대에는 그 상태(40kg 중반)를 유지했다. 예쁜 옷도 입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했으니 절대 살찌지 않았다. 30대 초반까지도 괜찮았는데, 대만에 6개월 파견 근무를 나가서 7kg 정도가 쪘다. 50kg 초반 대가 되니, 옷들이 맞지 않기 시작했다. 돼지가 된 느낌이 들어서 한국 오자마자 한의원에 다니면서 급히 살을 뺐다. 내 인생의 최저 몸무게(42kg)를 찍었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1년 만에 10kg이 늘었다. 결혼하자마자 다큐 프로그램을 맡게 됐는데, 야근이 많아지면서 밤에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남편도 작가로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같이 먹고 같이 일하면서 둘 다 몸무게가 불었다. 언론사로 이직한 후에는 출퇴근 시간도 아껴가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촬영 나가는 날만 제외하고,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앉아서 편집만 하다 보니 10kg 정도 더 찌는 건 금방이었다.

 

거울 보기 싫어질 정도로 살이 찌니 어느 순간부터는 몸에 대해 포기를 하게 됐다. 옷을 사는 일도 없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과를 내면서 그 성취감에 중독되었고, 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러다 동료 기자가 한의원 약을 먹으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걸 보게 됐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도 다시 한의원에 가자!

6년 만에 다시 한의원 약을 먹으며 살을 빼기 시작했다. 한 달에 5kg가 우습게 빠졌고, 세 달 정도 지나니 5kg 정도가 더 빠졌다. 갑자기 찐 살이라 그런지 빨리 빠졌다. 몸이 좀 가벼워졌고, 예전 옷들이 다시 조금씩 맞아서 삶에 활력이 좀 생겼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유지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식이요법과 약에 의존한 감량이라 한계가 있었다. 먹는 것에 긴장이 좀 풀어지니 바로 요요가 온 것이다. ‘퇴사‘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며, 맥주 마시는 날들이 잦아진 탓도 있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 살이 찌든 말든 '부어라 마셔라'를 좀 해 줘야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들도 있더라.


그렇게 마흔을 맞이하게 됐다. 퇴사 후 독립을 하면서 정신없이 먹고사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고, 유튜브와 SNS에 홈트레이닝 영상들이 많이 보였다. 퀄리티가 꽤 높은 영상들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매트도 구입하고 밤마다 2~30분 정도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 땅끄부부, 힙으뜸, 제이제이살롱드핏, 다노, 강하나 스트레칭 등 유명하다는 운동 유튜브를 섭렵했다.


신의 한 수, PT


평생 줄넘기 말고는 운동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홈트 한다고 낑낑대고 있으니, 남편 Y가 두 팔 걷고 나섰다. 어느 날, 트레이너와 상담을 잡았다며 동네 피트니스 센터로 나를 데려갔다.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 트레이너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상담실로 들어가자마자 인바디를 쟀다. 결과는 참담했다. 운동 프로그램에 대해 5분 정도 설명을 듣고, Y는 PT 3개월 치를 일시불로 결제했다. 그날로 나는 그 피트니스 센터 회원이 됐고, 난생 처음 PT라는 걸 받게 됐다.


그게 작년 10월 초다. 그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지금까지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다. 6개월 만에 12kg 감량을 했다. 헬스가 내 성격과 적성에 맞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운동의 매력에 빠져 살고 있다. PT 수업을 통해 운동하는 법을 배우면서, 내 몸의 근육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됐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


절대 빠질 것 같지 않던 하체 군살들이 덜어지고, 근력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땀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니,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금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도 들지만, 이제라도 운동을 하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 홈트레이닝 영상이 너무 잘 나와 있어서 감사하다.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홈트를 하니, 그냥 멋모르고 홈트 했을 때보다 효과가 좋다. 올해 1월에 피트니스 센터와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와서, 일주일에 한두 번 센터에 나가 운동하는 날 외에는 주로 집에서 홈트를 하고 있다. 센터에 갈 때와 똑같이 레깅스를 입고, 매트에 땀이 뚝뚝 흐를 때까지 운동한다.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다들 고군분투하며 살아갈 터이다. 운동 한번 제대로 하면서 이 시기를 잘 이겨나가자고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제대로 배워서 운동하니 살아갈 힘이 그래도 좀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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