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에 맞이한 뇌경색
2017년, 일산에 살던 시절 일이다. 난 매일 저녁 시간마다 걸었다. 집이 일산 호수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밤 산책을 워낙 좋아해 시간을 정해 놓고 나갔다. 호수공원은 1/4바퀴, 반 바퀴, 한 바퀴 정해 놓고 돌기에 좋았다. 밤 운동하기에 그만한 동네가 없다.
처음에는 내 체력도 모르고 달렸다. 당연히 얼마 안 가서 지쳤다. 오 분 정도 달리고 멈췄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체력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그냥 1/4바퀴만 돌고 들어갔다. 첫날 목적했던 한 바퀴 달리기는 이루지 못하고 귀가했다.
다음 날부터는 걷기 시작했다. 조금 빨리 걷다 보니 날이 조금 쌀쌀했는데도 땀이 났다. 한 바퀴를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물론 힘들어서 조금 쉬었다. 근처 벤치에 앉았다. 흘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에도 그만한 장소가 없었다.
다들 무언가에 그리 바쁜지 밤에도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나는 처음 걷는데,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다. 함께 달리기를 하는 동호회 사람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 부모와 걷는 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중 다리를 저는 아저씨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분은 매일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볼 수 있었다. 5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하여튼 나이가 그리 많은 분이 아니었다. 어느 날인가 그분이 앉아서 쉬는 장소에서 나도 멈추었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날이 더운 느낌이죠. 아직 여름이 다 지나가지 않았나 봐요.”
“그러게요. 날이 푹하네요.”
대화를 시작하고 몇 번인가 웃었다. 그분은 밝고 유머가 넘쳤다. 운동하는 나를 몇 번 보았는지 그 이야기로 넘어갔다. 당시 100kg을 상회하는 몸무게를 자랑했는데, 그분은 운동하려는 시도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름 격려가 됐다.
“매일 술을 마셨던 사람이라 그런지, 술이 정말 그리워요. 저 상점가 지나칠 때마다 술이 당겨요. 하하하. 술이 마시고 싶을 때마다 이렇게 걷습니다. 내가 뇌경색으로 다리가 이렇게 되니,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열심히 운동해요.”
그렇게 이야기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야 할 길을 다시 절뚝이며 걸었다. 난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리고 뇌경색이 오지 않도록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물론 3년 후 뇌경색으로 고생했지만.
2020년, 뇌경색으로 내 일상은 멈추었다. 없을 줄 알았던 타격감이 생각보다 컸다. 그저 스쳐 지나갔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인 언어 쪽으로 왔는데도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난 거의 3개월간을 말하지 못했으니, 진짜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아직 40대 초반인데.
의사는 모야모야병 인자가 뇌혈관에 있다고 설명했다. 발현이 안 되면 그냥 유전자만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 뇌혈관은 무척 좁았다. 왼쪽 뇌혈관은 MRI로 보았을 때, 조영제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행히 뇌까지 올라오는 혈관은 문제없다고 했다.
무겁게 느껴지는 물건 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산책을 열심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하남과 일산에 살면서 산책 열심히 했는데, 동네를 그저 도는 것으로는 안 되었나 보나. 더 열심히 산책, 아니 운동하는 심정으로, 마음가짐으로 돌아야겠다.
요즘 일산에서 만났던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난다. 뇌경색은 60대 이상 돼서야 오는 병이라 생각했는데, 뇌 상태에 따라, 혈관 상태에 따라 나처럼 40대 초반에 나타나기도 한다. 아저씨가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할 때 운동 좀 열심히 할걸, 이런 후회가 들곤 한다.
키 187cm, 몸무게 89.3kg. 이제 현재 내 상태다. 지금 몸은 군대 전역하고 처음 보는 수치다. 다행스럽게도 7개월 동안 무리하지 않고, 몸무게는 11kg 정도 뺐다. 그동안 내가 먹고 걸은 활동이 다행스럽게도 몸무게를 줄여줬다.
몸 상태를 지속해서 올려야겠다. 이번 사건으로 뇌의 위대함도 알게 됐으니, 몸무게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뇌 상태를 위해서 드러나는 지표를 관리해야겠다. 다음에는 이곳에 와서 어떻게 식습관을 고쳤는가 기록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