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부터 창업 합니다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조용히 제 옆 방바닥에 와 앉았습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본 채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을 꺼내더군요. 남편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 동안 내가 말은 안했지만, 취업을 해보려고 여러군데 입사 지원서를 넣었어. 근데 잘 안됐어. 최종 면접에도 몇 번은 다녀왔는데, 합격 연락은 한 군데도 없었어.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식당을 해 보는게 좋겠어."
'식당이라...'
갑작스런 말에 당시엔 어떤 감정을 느낄새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 할까 빠르게 머리가 돌아갈 뿐이었지요. 그의 입에서 '식당'이란 단어가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식당 창업 선언 두 달 전, 남편은 퇴사를 했습니다. 회사에 구조 조정이 있고, 본인은 구조 조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서의 장이 되었다고 했지요.
"A는 결혼한지 6개월이 됐고, B는 곧 아이를 낳을거야. 이런 사정을 다 아는데,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내보내야 하지? 나 작년에도 이 일 했었잖아. 그 때 한 달 내내 잠을 못잤어. 한 번은 했지만 두 번은 못하겠어. 차라리 내가 나가는게 나을 것 같아."
남편은 회사를 다니며 헤드헌터를 통해 면접도 보고 최종심에 합격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조금 쉬다가 다른 데로 옮기자"는 계획이었죠. 권고 사직으로 나오면 위로금도 나오니 그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 된다는 완벽한 플랜을 세웠습니다.
"그래 좀 쉴 때도 됐지. 당신 그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잖아. 마음 먹고 쉬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기회 됐을 때 푹 쉬어."
남편이 퇴사 한다고 했을 때도, 별 위기감은 없었습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을 했습니다.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했기에 회사를 다니며 부족한 공부를 위해 다시 학교에 다녔고, 결혼을 했고, 대학원을 병행했어요. 쉴새 없이 달려온 그에게 이렇게나마 휴식이 찾아왔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정말 좋은 기회라고요.
완벽한 플랜대로, 두 달쯤 잘 쉬다가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할 줄 알았던 그에게서 창업, 그것도 식당 사장님이 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눈도 마주하지 못한채로요.
어색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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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퇴사보다 더 큰 결정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