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머리카락 하나 없이 매끈한 정수리 위로 거뭇한 검버섯이 피어 있는 노교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은 이미 가방 지퍼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마쳤다. 강의실 곳곳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이어졌지만, 현의 움직임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빨랐다.
교수의 마지막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현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김현! 김현!”
뒤에서 윤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계단 아래까지 내려간 현이 그 소리에 멈춰 섰다. 몸을 반쯤 돌려 위쪽을 바라보자, 윤승이 계단 위에서 손을 흔들며 내려오고 있었다. 얇은 대학 점퍼 하나만 걸친 채였다. 바람이 꽤 매서워진 계절이었지만 윤승은 여전히 계절감이 느슨한 차림이었다.
“어? 윤승. 왜?”
현은 계단 아래에서 서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 이제 막 집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말에는 은근한 재촉이 섞여 있었다. 윤승이 빨리 본론을 꺼내길 바라는 눈치였다.
윤승은 헛웃음을 한 번 내뱉었다.
“하, 진짜. 너는 학교에서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숨을 한번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술 한잔하자. 둘이서.”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현을 가리켰다.
“개강하고 동기들이랑 마시자고 했을 때도 너 안 나왔잖아. 걔네 아직도 그거 섭섭해해.”
윤승의 말투가 슬쩍 진지해졌다.
“이번엔 나도 안 봐줘.”
현은 잠깐 말을 멈췄다.
사실 윤승의 제안을 거절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유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몇 번이고 미뤄 왔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쪽에 늘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요즘 유정은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현이 학교에 간 사이 혼자 서울 구경을 다닐 만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승은 이미 또 거절당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현이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이자 잠깐 멈칫했다.
“어…?”
윤승의 눈이 살짝 커졌다.
“진짜?”
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응.”
그러자 윤승이 바로 말했다.
“그럼 7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듯 허공을 툭 쳤다.
“명전 호프에서 보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 기운이 스며든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택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에는 감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이미 익을 대로 익은 감들이 가지를 휘게 만들며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여름 내내 젊음과 소란으로 들끓던 대학가도 계절이 바뀌자 한 발 물러선 듯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현의 발걸음 아래에서 낙엽이 나부꼈다. 마른 잎들이 무심한 발에 밟혀 바스러지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짧은 비명처럼 들렸다.
현이 유정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반년이 흘러 있었다.
피로 얼룩진 푸른 계절을 지나왔고, 한여름을 거치며 지칠 줄 모르던 열기 속에서 서로에게 매달리듯 살아왔다. 그 시간들은 모든 의미가 열기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뜨거운 장막이 걷히고 나자, 그 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워하던 사람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는 분명 달콤했다. 그러나 그 달콤함의 끝에는 늘 아주 미세한 씁쓸함이 남았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질수록 그 감정은 조금씩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씁쓸함은 서서히 불안이라는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지금처럼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과연 둘 다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 질문이 계절보다 먼저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집 문을 열자 베란다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앞치마를 두른 유정이 빨래를 널고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빨랫줄에 닿기 위해 까치발을 든 채였다. 두 팔을 길게 뻗어 젖은 옷을 하나씩 걸고 있었다. 잠옷 바지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아킬레스건이 순간 눈에 들어왔다. 괜히 사랑스러워 보였다.
현은 방금 전까지 마음속을 짓누르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조용히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유정의 등을 안았다.
유정은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앗!”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빨래를 그대로 떨어뜨렸다.
“깜짝이야…!”
유정이 돌아보며 말했다.
“어휴, 어쩜 좋아. 옷 다시 빨아야겠네…”
울상이 된 얼굴이었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유정을 한 번 더 가볍게 끌어안았다.
잠시 뒤 현이 몸을 떼자, 바닥에 떨어진 빨래가 눈에 들어왔다. 현은 그것을 주워 유정에게 건네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저녁에 친구 좀 만나도 될까?”
그 말에 유정의 눈이 잠깐 동그래졌다.
자신은 괜찮다며 대학 생활도 좀 즐기라고 늘 말하던 사람이었지만, 정작 현이 먼저 친구를 만나겠다고 말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놀란 기색이 잠깐 스쳤다. 하지만 곧 유정은 부드럽게 웃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말했다.
“그거야말로 제가 오빠한테 바라던 거예요.”
유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검정고시 공부할 거니까…”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제 걱정은 말고 얼른 다녀와요.”
윤승과 만나기로 한 명전 호프는, 현이 사는 자취촌에서 가장 북적이는 술집이었다.
현은 이미 와 있는 윤승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에는 동기들과 몰려와 웃고 떠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들어선 술집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한동안 발길이 뜸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학기까지만 해도 여러 명이 뒤섞여 시끄럽게 떠들던 테이블들은 이제 대부분 둘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조명 아래,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연인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그 풍경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현의 시선을 눈치챈 윤승이 메뉴판을 넘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웃음은 익숙했지만, 그 안의 온기는 어딘가 건조했다.
“너 여기 진짜 오랜만이지? 분위기 완전 바뀌었어. 다 커플이야, 커플.”
그는 고개를 한 바퀴 돌리며 술집 안을 가볍게 훑었다.
“너는 과 생활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너 없는 사이에 정분난 애들 진짜 많아. 웃기는 일이지. 너도 나랑 안 놀고 딴 데서 뭘 하는지 바쁘더니 말이야.”
윤승은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은 다들 연애하느라 동기들끼리도 잘 안 모여. 결국 나만 혼자 남더라. 이래서 내가 담배를 못 끊지.”
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잔을 들어 입술만 축였다.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지만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현이 낮게 물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냈냐.”
윤승은 염통 꼬치를 하나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천천히 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을 일도 없고, 별일도 없지.”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내년이면 군대 가야 하잖아. 그 전에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간다는 게… 그냥 좀 허하네.”
말끝이 흐려졌다. 잠깐의 정적이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현은 조용히 윤승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작게 말했다.
“내가 뭐라도 도와주고 싶긴 한데…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그러자 침잠해 있던 윤승의 눈빛이 갑자기 장난스럽게 번뜩였다.
“아냐. 네가 해 줄 수 있는 거 분명 있어.”
현의 눈이 커졌다.
“뭐야, 또 뭔데.”
윤승은 과자 안주를 집어 들며 씩 웃었다.
“다음 주에 나랑 2대2 소개팅 나가자. 영문과 여자애들이래. 2학년 선배가 주선한 건데, 다른 애들은 다 커플이라 머릿수 맞출 사람이 너밖에 없어.”
현은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나 안 나갈래. 그런 자리 불편해.”
손까지 내젓자 윤승의 얼굴이 서운한 듯 일그러졌다.
“야, 너 나 몰래 만나는 여자라도 숨겨뒀냐? 왜 안 된다는 거야.”
현은 말없이 휴지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 만나는 사람 있어.”
윤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너까지. 여자친구 우리 학교 사람이야?”
“아니.”
“그럼 어디 대학인데?”
현은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얼버무리듯 말했다.
“그런 건… 네가 알 거 없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윤승의 눈이 번쩍 커졌다.
먹으려던 염통 꼬치를 접시에 내려놓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와… 그 소문이 진짜였던 건가.”
현은 잔을 입에 대려다 멈췄다.
표정이 굳고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소문? 무슨 소문을 말하는 거야.”
윤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미성년자랑 동거한다던데.”
순간 현의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해졌다.
그는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쓰디쓴 소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쓴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뭐? 누가 그래, 대체.”
윤승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문영이가 저번 주에 그러더라. 걔가 너 뒤에서 좋아했잖아. 그래서 난 그냥 앙심 품고 헛소문 퍼뜨리는 줄 알았지. 그런데 네가 여자친구 대학을 숨기니까… 괜히 불안해지잖아.”
그의 말투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문영이 말… 진짜였어? 아니지?”
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 침묵이 무언의 인정처럼 느껴졌는지 윤승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야… 진짜냐… 너 미성년자랑… 제 정신이냐? 걔 부모님은 가만히 계셔?”
윤승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안주 그릇을 탁 내려놓았다.
“문영이가 자취촌 편의점 알바 관두고 후임 뽑을 때 사장이랑 같이 면접 봤대. 그때 면접 보러 온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걔가 너랑 손잡고 집 들어가는 걸 봤다더라.”
그는 숨을 한번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처음엔 다른 사람 아니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 그런데 그 애가 낮이고 밤이고 너네 집 올라가는 걸 여러 번 봤대. 면접 볼 때도 미성년자인 거 확실했다고 하고. 나는 끝까지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다른 애들은 다 믿는 분위기야.”
윤승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야, 이거 범죄 아니냐?”
그의 얼굴에는 혼란과 분노, 그리고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진짜… 헛소문 내지 말라고 문영이한테 화 엄청 냈었거든. 그런데… 진짜였네.”
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핏발이 선 눈, 축 처진 어깨, 미세하게 떨리는 턱 끝.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하… 윤승아. 나 이제 어쩌지.”
윤승은 잠시 현을 바라보다가 비웃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하지만 눈빛은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어쩌긴 뭘 어째, 새끼야.”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낮게 말했다.
“자퇴 안 할 거면 올해까지 죽은 듯이 살다가 내년에 군대로 튀는 수밖에 없지. 자취촌에 우리 과 사람들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잖아. 소문 퍼지기 시작하면 끝장이야. 어떻게 겁도 없이 그런 짓을 여기서…”
말을 흐리며 고개를 저었다.
현은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군대라…”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윤승은 잔을 비우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다른 남자 동기들 다 1학년 마치고 군대 간다더라. 너도 가. 갔다 오면 여자애들은 다 졸업 준비로 정신없을 거고… 그쯤이면 소문도 좀 가라앉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신고라도 들어가면… 그땐 진짜 끝장이야. 알지?”
자정을 조금 넘겨 집으로 돌아온 현은 문을 닫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따라 들어왔다가, 문이 닫히자 다시 방 안에 눌러앉았다.
방 불은 아직 꺼지지 않은 채였다.
유정은 침대 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치 그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었던 사람처럼,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오빠, 왔어요?”
유정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기다림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응.”
현은 짧게 대답하며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덧붙였다.
“뭐해,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형광등 아래에서 그의 얼굴은 어딘가 낯설 만큼 어두워 보였다.
현은 유정을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채 그대로 방 안을 지나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에 생각보다 늦게 들어온 현에게 투정이라도 부릴 참이었던 유정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유정은 천천히 일어나 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의자를 끄는 작은 소리가 방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오빠…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요?”
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한동안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은 깊었고, 창밖 골목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어지다가, 마침내 현이 입을 열었다.
“…너.”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집 앞 편의점에 면접 보러 갔었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유정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순간 숨이 걸린 듯 가슴이 멎었다.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무력해서…”
유정은 겨우 말을 이어갔다.
“나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현의 목소리는 이미 억눌린 흥분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었다.
“내가 그런 거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말끝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리고 왜 하필 집 앞 편의점이야? 여기 자취촌에 우리 학교 애들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잖아.”
현은 그제야 유정을 바라봤다.
“네 부주의 때문에 내가 곤란에 처하게 생겼다고.”
그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네가 학교 관두고 나랑 살아서 잊었나 본데… 너는 미성년자고, 나는 엄연한 성인이야.”
현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남들이 보면 우리가 어떤 관계로 보였을 것 같아.”
그 말에 유정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다.
“그런 건…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요…”
유정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에 젖어 있었다.
“…죄송해요.”
말은 이어졌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떨리고 있었다. 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유정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작은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방 안에는 숨죽인 침묵이 길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훨씬 조용한 목소리였다.
“…나 이제 군대 가.”
유정의 어깨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그동안 너도 네 앞길 좀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
현은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이렇게… 내 곁에서 의지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말투는 무서울 만큼 또렷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이성으로만 겨우 눌러 담은 목소리였다.
현은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유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작은 입술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