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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하남 Aug 13. 2019

깨진 보호 필름이론

2주전에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보호 필름을 해놨기 때문에 겉보기에 괜찮아 보였다. 나중에 필름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교체를 위해 보호 필름을 벗겼더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했다. 화면이 파손되었는데 보호 필름 덕분에 괜찮아 보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 스트레스와 고뇌로 지쳐있는데 외부로는 괜찮아 보일 수 있다. 본인의 힘듦을 숨기거나 봉인하다 어느 순간 터진다. 친인척, 제 3자와 진솔한 대화를 하고나면 내면의 모습이 나온다.

국가 경제도 이와 유사할까? 경제성장 둔화, 출산율 저하, R&D 투자의 미흡함, 공교육과 공권력의 미흡함, 복지제도의 허점, 응급의료센터 지원 부족 등의 사회적 문제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며, 한 정권(정부)의 책임도 아니다. 매년 제기된 문제임에도 ‘당장 중요치 않다’, ‘의사결정권자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등의 이유로 무시되도 충분한 주제들이다. 짐은 미래 세대가 짊어간다.

기업 경영도 이와 비슷함가? 외부로 드러난 ‘좋아 보이는 실적’ 혹은 ‘면피용 보고 자료’가 진실을 왜곡한다. 진실을 가리고, 왜곡해 고객의 이탈, 비용의 증가, 신기술 투자의 필요성 등의 중요한 사실들을 감춘다. 어느 순간 새로운 서비스와 경쟁이 나타나도 진실을 말해도 환영받지 못하는 기존 문화로 인해 거대 기업도 쓰러진다.

조직 문화와 채용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인재 채용’을 부르짖는데 인재의 정의는 무엇일까?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직원’과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발굴해 해결하는 직원’ 중 누가 인재일까? ‘조직의 성장을 자극하는 직원’과 ‘조직이 요구하는 일을 하는 직원’ 중 누가 인재일까? 기업은 인재를 발견하는 눈이 과연 있을까? 과거로부터 대기업은 우수한 학력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했다. 그럼에도 혁신은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기현상을 대기업 인사팀장 및 임원은 대답할 수 있을까?

저는 깨진 보호필름을 보고도 휴대폰이 깨졌다고 보지도 상상도 못했다. 오늘 생각해본다. 깨진 휴대폰 화면도 못 알아보는데, 내 눈앞에 하나님 혹은 악마가 나타나면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기업도, 정부도 눈 앞에 성장을 가져다 줄 인재와 아이디어 혹은 파멸을 부를 직원과 정책을 보여주면 알아볼 수 있을까?

새로운 정책, 꾸준한 채용은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이 국가를 갑자기 성장 시킬 것이 아니며, 새로운 인력 충원, 신사업/M&A가 기울여진 회사를 갑자기 살리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경우,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현재의 정책과 법을 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보완하는 작업, 기업의 경우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꾸준히 가꾸는 조직문화도 중요하다.

눈 앞에 진실은 ‘보호 필름’이 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작심하고 ‘보호 필름’을 벗겨야만 진실이 보인다. 진실은 달가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상처받고 속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름을 벗겨야만 고치고 있고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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