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김계정
다시 돌아오기까지 꼭 일년 걸렸다지요
단단한 흙의 틈새 햇살이 오글거리면
촉촉한 물의 소리로 봄을 깨우기까지
젖어서 투명한 숨결 끌고 오는 바람이
흙을 헤치고 나와 시간에 움이 트면
겹겹이 숨어서 키운 순한 싹 살아나기까지
-고작 일년
해바라기는 기다림을 상징하는 태양의 꽃입니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의 압권은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았지만, 절대 죽을 리 없다는 신념으로 처절하리만치 슬픈 표정의 소피아 로렌이 남편을 찾아 헤매다니는 모습입니다. 전사한 병사가 너무 많아 차마 무덤을 만들지 못하고 들판에 묻은 후 그 위에 심은 해바라기밭은 고흐의 해바라기만큼이나 강렬합니다. 광활한 대지에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만발한 채 펼쳐진 아름다운 해바라기 사이에 행여 남편이 그곳에 묻힌 것은 아닐까, 고스란히 전해진 슬픔이 보는 내내 너무 가슴 아파서 배우는 울지 않는데 보는 관객은 눈시울 적십니다.
고작 일 년이라면 일 년을 기다려서 해결된다면 그 기다림은 다행입니다.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고작 일 년이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10년쯤을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은 남아 있을 것이라며 허망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또 다른 인연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고작 1년이라면 그 일 년이 부럽습니다. 꽃 피고 새가 우는 봄이 오는 일도, 초록 청청 눈부신 여름도, 황금빛 결실의 풍요로운 가을도, 그 모든 것의 시작인 겨울도 한 번만 지나가면 될 일입니다.
10년을 기다릴 만큼 애절하고 간절했던 사랑도 아닌데, 기다려도 좋을 만큼 가치 있던 믿음도 아닌데, 보여준 말과 행동으로 이미 끝난 인연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행여 돌아올지 모른다는 기대로 막연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니, 지혜롭지 않은 사람이 벌일 수 있는 가장 한심한 선택이었습니다. 순진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었습니다.21세기를 살면서 조선 시대 춘향인 줄 알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