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읽기/김계정
처음 본 풍경도 아닌데 처음인 양 설렜다
드러나지 않았던 그림자의 긴 호흡은
태양의 허락을 받은 단 한 번의 짧은 점화
기록한 하루하루를 가을이라 읽으면
그 눈빛은 분명 말로 못 할 기쁨이었다
한 마디 고맙다는 말,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래야 사랑입니다
아이는 제 부모가 씻지 않고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도, 비비고 입 맞추며 안깁니다. 세상에 없는 위대한 사람인 양 사랑, 그 자체입니다. 가족이란 이름의 이 사랑은, 한 생명을 사람으로 만드는 일을 하기에 세상 그 어떤 사랑도 범접할 수 없이 고귀합니다.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감싸며 대가를 바라거나 서운한 마음으로 벽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란 사람에게 사랑은 항상 선한 진리입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첫사랑이자 끝사랑입니다.
이성이 주는 사랑은 그 결을 달리합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원초적 본능, 생의 전부인 양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거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순간의 열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옅어지고, 가벼워지다가 변해버립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유명한 영화 대사 한 마디처럼,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본능이 변했고 변한 그 본능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동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본능에 의해 변하는 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해집니다. 서글프지만 가장 기본적인 진실이며, 사랑 없는 인연의 끝이 얼마나 헛되고 허무한지 알려줍니다.
계절이 오고 가기 위하여 태양이 허락하는 단 한 번의 짧은 점화 같아도, 바뀌어야 돌아가는 세상 이치를 태양은 알고 있기에 바꾸고 바뀌는 것을 언제나 허락합니다. 계절 바꾸듯 사람을 바꾸는 본능이라면 함부로 사랑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설렘이 '사랑'
이라면 그 단어는 버려도 좋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 끝나지 않습니다.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란 사람의 선한 진리가 책임질 수 있는 마음, 그래야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