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빛이면 좋겠네/김계정
또 한 번 나를 위하여
그 빛이면 좋겠네
김계정
검은 하늘 조각보에 수놓은 달과 별을
바람과 물의 사슬로 칭칭 동여매자
하늘이 휘청거렸네,
여름이 사라졌네
뒷말은 무성해도 향기는 투명해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바람은 풍요의 벽
절정은 시월의 기도 감사의 말 겸허하고
기쁨이 오는 길은 슬픔이 지나간 길
한 번도 가지 못한 길 가을로 채운다면
사막을 건너온 달빛
그 빛이면 좋겠네
-또 한 번 나를 위하여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인터넷, 위성 통신망 등은 삶을 편리하고 유익하게 만듭니다. 백과사전을 펼쳐야 알 수 있던 지식은 간단한 클릭 한 번에 다양한 정보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 다양한 정보로 사람을 찾아봅니다. 아주 오래 전 친구부터 최근에 연락이 끊어진 사람까지 이름을 입력합니다. 평범하게 잘살고 있는지, 아무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내 이름을 입력합니다.네 권의 시집과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이 '김계정'이란 이름으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김계정, 성공했네" 죽어도 이름 석 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책임질 수 없는 가벼운 작품으로 남긴 이름이 부끄러워질까 봐 조바심이 납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며 가슴에 남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위로가 되는 글을 쓰자고. 어둠 걷힌 하늘에 밝은 빛 채워지듯이 잦은 시행착오는 좋은 글쓰기를 위한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일 뿐이라고. 풍성한 수확을 위해 겨울과 봄, 여름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것처럼 다시 온 가을은 사박사박 사막을 걸어온 달처럼 모두가 편안하게 읽을 감성의 글을 써보자고.
그렇게 시월의 기도는 겨울부터 시작했습니다. 떨어지는 꽃잎 한 장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으며, 축축이 적시는 빗물 속에서 보낸 여름을 밝은 햇살에 말렸습니다. 단풍 들어 아름다운 가을에 들어서기까지 모든 날이 시가 된다면, 한 편의 시와 또 한 편의 글로 위로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그렇게 오직 한 가지 기도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