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New day
첫 임용고시를 끝내고, 나는 무작정 제주로 향했다.
엑셀로 계획을 세우며 다녔던 그동안의 여행과 달리.
돌아오는 티켓도 끊지 않은채로.
처음이었다.
제주도에서 선생님을 하던 친한 선배가
방학을 맞이해 본가였던 부산으로 돌아가겠노라.
“제주 집이 방학 내도록 비어있으니 쓸래?”
그 한마디에 덜컥.
숙소 값은 해결되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제주에 도착했다. 뭔가 용기가 필요했달까?
자유에 취해 평소의 나였으면
하지 않았을 도전들을 시작했다.
고요한 새벽이,
그 시간의 사람이 무서워
밤마다 두 주먹을 꼭 쥐고 다니던 내가
‘나 혼자 새벽 스냅촬영 가보기’같은 작은 용기 말이다. 소품으로 제공된 보름달을 한아름 품고,
스냅 촬영을 끝냈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나는 다시 선배의 집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그 때 내 귓가엔 폴킴의 ‘New Day’가 흘러 나왔다.
그 순간 어느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뇌리에 꽂혔다.
여행의 테마곡을 만들어 여행 내내 그 노래를 들으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순간 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폴킴의 ‘New Day’는
나의 첫 여행 테마곡이 되었다.
또 한번 용기가 났다. 그래서 나는 그날 정처 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가다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곳을 오늘의 숙소로 삼겠노라 결심했다.
햇살이 좋아서, 푸르른 바다와 구름이 마음을
들뜨게해서.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뭔가 멋진 어른이 된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졌다. 자연스럽게 버스가 데려다 주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창 밖으로 넘실거리던 협재 바다에
마음을 빼앗겼고, 내 마음은 더욱 푸르러졌다.
‘띵동-’
여기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결심하며
하차벨을 눌렀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다를 거닐다
서 있던 지점에서 가장 가까웠던
‘쉼 게스트 하우스’를 오늘의 숙소로 정했다.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이토록 로맨틱한 게스트 하우스라니.
나는 운이 좋은게 분명했다.
그날의 영화였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상영까지
여유가 있어 다시 협재 바다로 향했다.
이 곳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나는 초록창을 열고,
‘협재 가볼만한 곳’을 검색했다.
그 때 내눈을 사로잡은 곳이 바로 ‘소리소문’이었다.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독립서점.
택시를 불러타고 굽이 굽이.
‘이런 곳에 서점이 있다고?’라는 생각의 끝 무렵에
소리소문을 만나게 되었다.
‘와! 이런 세상도 있구나’
그 순간 나는 독립서점에 매료되었다.
모든 우연이 필연이 된 순간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를 동경하던 내게
나만의 작은 숲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들만의 취향과 색깔로 가득한 공간 속,
웃을 때 반달 눈이 되던 책방지기님이
나를 반겨 주셨다.
추운 겨울 굽이 굽이 찾아온 이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차 한잔에 나는 완전히 녹아 들어버렸다.
이토록 다정한 공간이라니.
어떤 삶을 살면,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참이었다.
책방의 한쪽 모퉁이에 마련된 공간.
그 공간에 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절판된 책 한 권을 계기로 사랑에 빠진
그들이 만든 공간.
‘지식이 아닌 지성을 심어주는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히 노력하던 순간
발견한 병을 함께 극복하며,
‘살기 위한 수술’이 아닌 ‘살기 위한 여행’을 선택한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
여행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사람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고
다양한 삶에 도전하던 그들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을
전하고 싶어 마침내, 끝끝내,
소리소문의 책방지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제주로 도망치듯 내려와
현실을 외면하고 있던 내게 무엇이든 해볼 용기를
또 다시 북돋아주었다.
책이 주는 묵묵한 위로에,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인생이 담긴
무수한 책을 품은 공간이 주는 따뜻한 온기에.
나는.
그렇게 독립서점을 사랑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서툴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New Day’가 흘러나올 때면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았던, 나만의 작은 도전을 해냈던
선물 같은 순간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곤 한다.
[제주] 책방 소리소문
제주시 한경면 저지동길 8-31
터전을 옮긴 소리소문도
다정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임에 감사할 뿐.
여전히 나에겐 안식처였으니.
Q1. 생각만해도 마음에 온기가 도는 당신만의안식처(케렌시아)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