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뒤피'의 대작을 만나러,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에 가다
프랑스 파리 16구 알마 마르소(Alma Marceau) 역 근처에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일본 전시를 위해 건축된 '팔레 드 도쿄'라는 건물이 있다. 그 건물의 한 부분을 차지한 채, 파리 시에서 운영하는 미술 박물관이 현재의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이다. 귀국이 하루밖에 안 남았고, 감사하게도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했기에, 산책을 겸해서 '라울 뒤피'의 전설적인 대작을 만나러 미술관으로 향했다.
☞ 참고사항 :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은 평소 10:00~18:00까지 개장하고, 목요일은 22:00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무고, 폐관 15분 전부터는 입장을 받지 않는다. 만약 파리 여행 中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을 관람할 예정이라면, http://www.mam.paris.fr에서 정보를 확인한 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다.
입구부터 웅장했던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의 내부는 생각보다 소박(?) 하고 깔끔했다. 우리나라의 미술관 관객층과 비슷하게 주로 2,30대 여성 친목파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파, 그리고 노년에도 낭만을 즐기시는 멋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가득했다. 안내데스크와 매표소의 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했는데, '상설 전시'만 관람할 거라면 굳이 표를 예매하지 않아도 된다.
△ 그 유명한 라울 뒤피의 초대형 작품 <전기의 요정>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은 1961년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태어난 지 100년이 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에 한해서 전시한다. 지금은 그렇게 모은 20세기 미술작품 800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그중 단연 백미는 전기의 찬란했던 시절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거대한 작품으로 그려진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이다.
관람하러 발을 내딛는 순간,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입을 떡 벌린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품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마티스의 <춤>도 물론 좋고,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 감상하기에도 압도적이었던 작품은 역시나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이다. 감상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할 정도로 굉장했다.
미술관은 천장도 높고, 흰색 마감으로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작품을 관람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미 파리에서 다양한 문화를 마음껏 경험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느긋한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에는 때마침 가구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요즘에는 스칸디나비아 가구들이 대세지만…) 서유럽도 나름의 가구 미학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세기, 잠시나마 한때를 풍미했던 가구를 관찰하고 있자니, 저마다의 독창성과 매혹적인 디자인에 점차 빠져들었다. 화려한 색상들과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해서,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들도 충분히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감상하던 도중 우리나라의 병풍 비슷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루이스라는 작가가 1932년에 만든 작품이었는데, 그림 속에 묘사된 북극곰(?)을 보자니, 언젠가는 북극에도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만약 영화 <설국열차>를 감상한 후, 이 작품을 봤다면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넋을 놓고 작품을 감상해 나가다, 어떤 회화에서 발길을 멈췄다. 내가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처럼, 회화 속 아저씨도 작품 하나를 골똘히 집중해서 감상하고 있었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시공간과 회화 속 아저씨의 시공간이 묘하게 오버랩되며,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또, 미술관에는 특이한 작풍의 현대미술도 있었는데, 가장 재미났던 작품이 이브 클라인의 1962년작이었다. 이브 클라인은 34살에 요절한 천재 작가인데, '누보 레알리슴'의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다. 'IBK(International Klein Blue)'이라는 색을 자기 고유의 색으로 제작해 특허까지 받은 사람이다.
전시장 한 곳에는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 작품도 당당하게 서 있었다. 우리나라의 과천 현대미술관도 안가 본 내추럴 본 촌놈이 파리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쟁쟁한 작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대가의 작품도 있으니까, 솔직히 반가운 마음이 컸다. 낯선 장소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다 보면 애국자가 된다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 깊게 몰입한 상태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파리의 10대 소녀
그 장소, 그 순간에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던 신기하고 고마운 마음을 여기에 다 담지 못함이 아쉽다. 파립 시립 '근대' 미술관이지만, 현대미술 작품들도 꽤 많았고, 전시 공간도 모던해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날 잡고 와서 하루 종일 감상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근대 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사이에 노천카페와 음식점도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음 맞는 지인과 작품을 함께 감상한 후 그곳에서 수다를 떤다면 '천국'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는 볼탄스키, 브라크, 세자르, 자드킨, 모딜라이나 등과 포비슴 시대의 블라맹크, 드랭, 큐비즘의 대가 피카소, 초현실주의 키리코, 막스 에른스트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무료 상설 전시 말고도, 근대 대가의 특별전이 매달 열려서, 앞서 말씀드렸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확인하고 일정을 체크한 후 방문하시면, 만족스러운 관람이 되실 것 같다.
회화를 주로 볼 수 있는 층과 조각을 관람할 수 있는 층으로 나눠져 있으니, 취향 따라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귀국 하루 전날에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 '서울 시립 미술관'만큼이나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도 훌륭하구나!"하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파리에서의 나날이 기억 저 멀리로 점차 사라져 간다. 그래도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바라본 풍경만은 아름다웠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 방황의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워준 고마운 나날들이었다. 미술관을 나서자, 자동차, 나무, 에펠탑, 아이들, 유모차, 부모 등 이 도시에 있는 사소한 풍경들이 모두 작품처럼 느껴졌다.
예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세상 전부가 작품일 수 있다는 것을 '파리'에서 배웠다. 마지막 문화 관람이었던 '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마저도 그런 생각을 일깨워주는데 큰 몫을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이라고 외치더라도, 마음만이라도 풍요로움을 유지한다면, 일상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s2
<처음 떠나는 24일간의 파리 여행>이
[한 번쯤 파리로 떠나도 괜찮아]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어,
브런치에 "프롤로그", "에필로그", 일부 "에피소드"를 제외한 글은
비공개로 전환하였습니다.
http://m.bookk.co.kr/book/view/17284
△ 위의 출판사 링크에 가시면
기존 온라인 연재물에서 내용 보강과
수많은 '퇴고'를 거쳐서 나온
수다쟁이쭌의 첫 책
[한 번쯤 파리를 떠나도 괜찮아]를
종이책으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39464018?Acode=101
△ YES24에서 만나보실 분들은 위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
독자님들께서 작은 관심을 주신다면,
지속적인 작업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