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준희 May 04. 2017

예대생에게 정당한 '돈'을 지불하라!

'예술'과 '경험'이라는 이름의 변명 : 무급 인턴 고용주에게 고함!

올해 봄,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는 예대생에게, '무급 인턴'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의류회사에서 관련 전공 대학생들을 방학이나 휴학기간 동안 '무급 인턴'으로 쓴다고 했다. 그마저도 기회가 쉽게 닿지 않아, 지원했다 떨어지는 예대생들이 많다고 했고, 자신도 '무급 인턴'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했다.


아직은 클라이언트(또는 갑)의 '족쇄'와 스스로의 '틀'이 생기지 않아, 재기 발랄한 창의력과 연두부처럼 부드럽고 번쩍이는 뇌를 가진, 20대 초반 예대생의 예민한 '디자인 감각'을 땡전 한 푼 주지 않고 사용한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쪽 오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술'이 어쩌니, '아트'가 저쩌니를 말끝마다 섞어서 떠들어대는데,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멋모르는 젊은 노동력을 돈 안 주고 착취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대생은 '스펙'과 '경험'이 간절하고, 오너는 그들의 '무모한 열정'과 '시간 자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대생들의 사회 경험치는 대개가 오너보다 부족하고, 순수성은 더 크다.


감각과 기술이 필요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업체의 오너들도 사회적인 (명성과는 별개로) 누군가의 '을'일 확률이 높고, "일손과 자금은 부족한데, 일감은 넘쳐나 감당이 안되기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한다면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인간적인 관점으로는)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텐데, 거기에 '예술'과 '경험'이란 단어를 교묘히 앞세워 정당화를 꿰하는 오너들은 긴 말 필요 없이 '나쁜 놈'인 거다.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앉으면, 단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어진 시대에, '예대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무급'으로 '착취'하는 오너들이 더는 '예술'이란 단어를 팔아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귀한 인생의 '절대적 가치'인데, 절박한 예대생들의 '노동력'을 공짜로 썼다면, 더는 할 말 없어야 되는 거 아닌가. 고발이나 안 당하면 감사한 처지에, 가당치 않은 변명 속에 무슨 그리 대단한 '예술 철학'이 다 있단 말인가.


'무급 인턴'을 허용하는 패션 업계의 괴상한 관행과 오너들이 예대생에게 '예술'을 들먹이며 말하는 개똥만 못한 변명을 들으며, 박민규 작가의 "좆까라, 마이싱이다."가 저절로 떠올랐다.


'쌀'통에 쌀이 떨어져 괴로운 사람에게 가서, '예술'을 운운하면 죽빵을 맞고 강냉이가 털린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존재들이 몇몇의 문화예술 관련 분야의 오너들이다. 예대생의 노동력을 사용했으면 돈을 지불하라. 그러지 못한다면 '예술 어쩌고'로 시작되는 변명을 하지 마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들이 '무급'으로 퉁치며 지껄이는 대단한 '예술 변명론'이 아니라, 물감을 사고, 레슨비를 내고, 재료를 살 수 있는 '정당한 '이다. 그래도 '예술'을 전공한다고, 아직은 뻔뻔하지 못해, 대놓고 '돈'을 달라고 말하기를 쑥스러워하고, 미안해하는 예대생들의 등을 이제 그만 좀 쳐드셨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켓몬 고 (Pokémon GO)의 성공 이유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