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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준희 May 05. 2017

문어(文語)와 구어(口語)

(교류를 위한) 고립 언어와 (고립을 위한) 교류 언어

문어와 구어는 인간의 소통을 위한 언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문어글을 위한 언어이고, 구어말을 위한 언어입니다.


인간은 '보디랭귀지'라 불리는 몸짓 언어를 사용하다, 입을 통해 '말'을 하게 되면서, 구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문어는 문자와 인쇄술이 생겨나면서, 뒤늦게 발달한 언어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문어와 구어의 경계가 복합적으로 섞어버려서, 구별을 짓기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글에도 '구어'가 들어가고, 입으로 하는 말에도 '문어'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전제로 합니다. 문어든, 구어든 소통할 수 없다면 언어가 아니겠지요.


소통을 위한 문어가 탄생하려면, 필요한 건 '고립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주로 '글'을 통해 아웃풋(Output)이 이루어지기에, 생각을 다듬고 기록하기 위한 자기 안으로의 고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립의 시간을 통과한 문어는 '글'의 형태로 완성되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반면, 소통을 위한 구어가 탄생하려면, 필요한 건 '교류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주로 '입'을 통해 아웃풋이 되기에, 타인과의 교류를 통한 가변적인 상황에 놓일 때 더욱 생생한 여러 가지 표현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교류의 시간을 거친 구어는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대부분 소멸되지만, 그중 일부는 깊게 각인되어, 또 다른 문어의 탄생에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즉, '나'로부터 출발해, '너'에게 고립되는 셈이지요. 그 고립은 또 다른 교류를 파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어는 (교류를 위한) 고립 언어이고, 구어는 (고립을 위한) 교류 언어인 것 같습니다.


문어(文語) = (교류를 위한) 고립 언어
구어(口語) = (고립을 위한) 교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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