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들의 여행이 궁금하다

책 낸 후 이야기 2 / 그래서 오늘도 딱 한 발 더 나아간다

by 수달씨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 20여 곳에 입고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중 두 곳에서 입고를 희망한다는 메일이 왔고 한 곳에서 거절 의사가 담긴 메일이 왔다. 나머지는 답이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입고해 주는 서점이 한 곳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메일을 보내기 전 전국 수십 군데의 독립서점들을 서치 했다. 서점인데도 신규 입고나 입고 문의를 받지 않는 곳이 꽤 되었다. 책을 파는 곳인데 책을 받기를 주저한다. 혹은 피곤해한다. 혹은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 아마 단 하나의 이유라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출판물을 파는 서점,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 독립출판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워크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독립출판물이 세상이 나온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팔아주는 서점이 늘어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만들어지지만 누구도 찾지 않는 책들이 세상에 태어나 미아처럼 독자를 찾아 떠돈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어딘가에 있을 독자를 찾아 떠나는 지도도 방향도 목적지도 모르는 여행.


사실 나는 운이 좋아서 지인들에게, 지인의 지인들에게 백오십 권 정도를 먼저 팔았다. (남편의 지인이 반 이상 되는 듯하다.) 둘러보니 이 정도면 꽤 많이 팔았다는 것을 알겠다. 감사한 일이다. 내 글을 본 적도 없는 이들이 무명작가의 책을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 주었다. 그 책들은 누군가의 따듯한 침실이나 서재에 편안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고맙고 또 고맙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이다음 책을 준비해서 내는 길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고? 생각만으로도 몸이 후들거린다.


그래도 이미 떠나온 여행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여행은 편도라서 돌아갈 곳이 없다. 있다면 거긴 여행의 끝이 아니라 쉼 정도일 것이다. 쉴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책을 향한 나의 마음은 그렇다. 그래서 오늘도 딱 한 발만 더 나아간다.


이 글을 쓰다 말고 하루를 보내는 사이 입고 메일을 하나 더 받았다. 공항동에 있는 서점이다. 책 열 권과 샘플 한 권, 직접 만든 굿즈들을 포장하여 택배 박스에 담았다. 내 책이 내일은 공항동에 간다. 나도 태어나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 거기서 어떤 독자를 만날까. 이 책들의 여행이, 여정이, 그 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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