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렸다. 이게 뭐라고.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며

by 수달씨


출판편집 관련 수업을 들으러 신촌에 왔다. 대학교 정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2층짜리 커피숍에서 한 시간 이상을 때워야 한다. 제일 싼 메뉴인 스파클링 음료와 얼음컵을 받아 2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는 내가 사는 곳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열띠고 빼곡하고 덥고 달뜬 공기가 드넓은 2층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는 왠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수업시간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노래는 넉살, 까데호의 <굿모닝 서울>. 어쩐지 나만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아 어색한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선곡이다.


어쩔 수 없이 이들 속에서 나의 이십 대를 떠올린다. (나도 너희 같은 때가 있었어.) 그때도 쉬웠던 날은 없었다. 다만 너무 몰랐던 날들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절대로 너무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뭘 많이 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달뜬 공기 속에서 같이 달뜬 상태로 발이 허공에 떠있던 그 날들, 휘적거리며 부유하던 그때. 연애랑 데모 말고는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었던 시절. 나의 이십 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건 그 시절을 싫어한다는 뜻도, 사십 대에 들어선 지금을 좋아한다는 뜻도 아니다. 시절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의 나도 모두 열심히였다. 다만 방향키가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며 떠다녔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 겁이 없었다.


지금은 방향키는 눈앞에 있는데 겁이 너무 많다. 무서운 것투성이다. 여기 신촌에 출판편집을 공부하러 오겠다고 마음먹기까지도 너무 오래 걸렸다. 이게 뭐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걸 결정하던 이십 대의 내가 한편으론 그립기도 하다. 조금은 부럽다. 살얼음판을 걷듯 모든 것에 조심스러운 나에게 그때의 용기를 한 스푼만 부어줄 수 있다면. 그 용기를 기억하고 만나려고 지금 여기에 왔나 보다.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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