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치 걸음을 걷는다
이주일쯤 전, 내가 쓰고 낸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에 대한 첫 정산을 받았다. 서점 사장님 명의로 입금된 치킨 한 마리 값 정도의 정산금. 책 값의 35프로를 서점의 판매수수료로 제한 나머지 금액이다. 아마도 세 권이 팔렸을 것이다. 서점에 입고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었다. 그날 정말로 가족들과 치킨을 사 먹었다. <오늘의 밥값>이 정말로 밥값을 다 하는구나. 신기하고 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제, 다른 서점의 이름으로 두 번째 정산금액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치킨 두 마리 값이다. 이 주 만에 벌이가 두 배라니!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책을 입고받아 준 서점 중 유일하게 열 권이나 주문해 준 이동식 서점인데 입고분 중 무려 절반이나 팔렸다. 사장님의 장사 수완에 경의를 표하며 이번에는 치킨을 사 먹지 않고 아껴두기로 했다. 다음번 정산금액과 합쳐 더 맛있는 것을 사 먹어야지. 옷이라도 한 벌 살까. 다음 정산은 얼마가 들어오려나 괜한 꿈에 부풀어서 혼자 두근두근이다. 나도 이제 책으로 밥 사 먹는 사람이야! 동네방네 소리 지르고 싶다.
오늘은 출판편집 관련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출판 강의를 들으러 가는 전철 안에서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 <출판하는 마음>을 읽는다. 겨우 한 권, 나 혼자 만든 책의 저자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인 나도 출판인이라고, 출판인이 되겠다고 뒤늦게 이 먼 거리를 오간다. 이런다고 출판인이 될까 모르겠다. 혼자서 쓰고, 엮고, 만들고, 서점에 납품한 경험 만으로 아주 조금, 바닷물 속 소금 만큼의 자격이나마 생긴 거면 좋겠다.
내가 사는 퇴촌에서 서울 강동구까지 버스로 한 시간 이십 분, 거기서 전철로 신촌까지 사오십 분. 도합 두 시간 이상, 왕복 5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출판에 대해 배워보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나선다. (남편은 그 시간이면 통영까지도 가겠다고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10번의 강의로 내가 출판인이 될 수 있을지는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인생은 원래 알 수 없는 거니까, 알려고 들지 말자.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오늘 버스와 전철을 타고 출판학교로 향하는 것.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의 배움치 뿐. 그것도 개중 내가 이해한 만큼만이 내 것으로 될 뿐이다. 성급한 욕심은 내게 어떤 것도 알려주지도 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달려 나가려는 마음을 붙잡아 내 발목에 묶어 해 질 녘 신촌을 향해 걷는다. 딱 오늘 만큼의 배움을 향해 오늘치 걸음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