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타이틀은 부끄럽지만
속이 좋지 않아 누워만 있는 하루다. 어제 가족 모임으로 한바탕 손님을 치르고 난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언니가 나의 책 <오늘의 밥값>을 선물 받아 읽은 지인의 후기를 톡으로 보내줬다. 그동안 몇몇 지인, 지인의 지인들이 적어 보내준 후기를 받았지만 이번처럼 길고 정성이 가득한 후기는 처음이라 꼭 감사를 전해달라고 언니에게 당부했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이 들었다.(글쓴이에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 점이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생각과 세련된 글솜씨가 부러운데 왜 건강하지 않다 하는 거지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에서 이 정도 불안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나 싶었다. 어릴 적 나쁜 기억도 나는 종류만 다를 뿐 말하지 못할 기억도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 시도도 생각도 안 하는 나보다 너무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글 중간에... 심리에 관한 책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간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가고 웃음이 피식 나왔다.”
내 글이 그랬나? 싶을 만큼 좋게 써주어서 황송한 기분이었는데 특히 “건강한 생각과 세련된 글솜씨” 부분에선 약간 우쭐하기까지 했다. 처음으로 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여전히 글에서조차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도 있다. (부끄러움은 내게 너무 깊숙한 감정이라 뭘 해도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는다.) 이번뿐 아니라, 여러 후기에서 ‘부럽다’라는 말을 많이 접했는데 그때마다 의아하여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하고 뭔가 전달에 실패한 기분이다. 생판 타인에게 ‘부러움’을 주려고 쓴 글들이 아니었다. 내가 뭐 잘 났다고.
하지만 위의 후기, 그리고 여러 후기들에서 본 것처럼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은 갖고 살아가는데 그것을 나와 같은 방식(책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으로 표현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거나 부럽다라거나 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싶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이 방식이 워낙 생소한 방식이라서.
부끄러움과 의아함 속에서도 후기를 받아볼 때마다 글 쓰기를, 책 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내가 생각한 내 책의 효용이 조금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글, 내 감정, 내가 겪은 일들이 대단히 보편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좋겠다, 독자가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글을 적고 싶어지고 적어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가 생각한 이 책의 효용이었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이 불러와지는지 살피고 그것을 후기로 적어내는 행위 자체도 충분히 자신에게 의미했는 표현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내 책, 충분히 가치 있다.
한편 내 돈 들여 책을 만들고 스스로 영업팀장이 되어 지인들에게 책을 팔아댄 결과,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긴 점도 책을 낸 후의 좋은 점이다. 건강 이야기, 돈 이야기, 자식 이야기, 사는 이야기 가운데에 책과 글에 대한 화제를 나눌 수 있고, 연락이 뜸했던 지인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어이, 김작가! 데뷔 축하해!” “책 많이 팔았어?” “다음 책은 언제 나와? 빨리 내야지?”와 같은 반응은 어딘가 놀림받는 것 같아서 묘하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역시 책을 만든 경험이 좋아서 빨리 다음 책을 만들고 싶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처럼 빨리 다음으로 갈 수 없음이 안타깝다. (아직 첫 번째 책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제작원금을 회수하면 그 기념으로 ISBN을 넣어 2쇄를 찍으려고 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은 늘 하기 싫고 돈벌이에 매달리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지만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하여 돈을 더 벌어야겠다. 이것이야말로 책 만들기의 위대한 효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