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낸 자*의 수상한 취미

내 책, 얼마나 팔렸니?

by 수달씨


책을 낸 뒤로 남몰래 하는 일이 있다. <오늘의 밥값>*이 입고된 서점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내 책이 어느 위치에 진열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일. 나름대로 잘 보이는 위치나, 메인이라 추정되는 공간에 표지를 앞면으로 해서 진열되어 있으면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책도 상품인지라 팔리지 않을 책을 메인 공간에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듣고 있는 출판 편집 강의에서 강사가 했던 말이 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 서 있고 죽고 나면 눕지만, 책은 서있으면 이미 죽은 것이라고 했다. 서점의 진열 모습을 떠올리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매대에 누워있는 책들은 소위 잘 나가는 책들이고 이들이 소임을 다 하면, 서가에 책등을 보이며 세워 꽂히게 된다. 그런 시스템을 생각해 볼 때 내 책이 아직 표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아직 죽지 않았어!


음악 시장은 회전이 빨라서 신곡이나 신보를 내면 2주 정도 활동하고 그 안에 차트에 진입을 못하면 실패로 본다고 한다. 책 시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출간 후 최소 한 달 안에 판가름이 난다고 보는 듯하다. 독립출판물의 경우에도 잘 나갈만한 책은 첫 입고 후 1~2주 안에 재입고 요청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첫 입고 부수는 대략 5~10권이니 이 책들이 1~2주 이내에 독자를 만나 모두 소진되면 재입고 요청을 받게 될 터이다. 나의 경우 책을 첫 입고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지만 아직 재입고 요청을 받지 못했다. 인기리에 팔리는 책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있는’ 상태로 진열되어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 않은가.


서점의 인스타그램을 엿보는 일 말고도 남몰래 하는 일이 몇 가지 더 있다. ‘#오늘의 밥값’을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입력해 보는 일(내가 올린 글들만 뜰 뿐이다.), 최근 글을 올리기 시작한 플랫폼에서 조회수와 좋아요 수, 쌓이는 포인트(글이 조회됨에 따라 일정 포인트를 주는 곳이다. 그래도 약간의 쏠쏠한 결과를 보고 있다.) 등을 확인하는 일, 네이버 쇼핑에서 ‘오늘의 밥값’을 검색해 온라인 판매 상황을 가늠해 보는 일.(가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찜’이나 리뷰 수를 통해 추측해 볼 뿐이다. 아직 리뷰는 없다.)

인기인이 되고 싶어서 책을 내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인기 수치에 집착하는 이런 모습이 부끄러워서 ‘남몰래’ 이런 수상한 일들을 하곤 한다. 사실은 잘 나갈까 봐 두렵기까지 하면서 말이다.(그럴리 만무하다.)


부끄럽다고는 표현했지만 기왕 책을 냈으니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은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해 본다. 글이란 반드시 도달할 곳을 필요로 한다. 독자라는 샘에 닿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독자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글이고 책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수상한 검색 행위들은 지극히 정당하고 정상적인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빨리 재입고 요청을 받고 싶다. 측정 가능한 판매 지수를 알고 싶다. 대체 내 책, 얼마나 팔렸니?




* 서귤 작가의 독립출판 만화 <책 낸 자>에서 따왔다.


* 수달씨 작가의 독립출판 에세이집. 출판사 수달북스를 통해 출간했다. 전국 6개의 서점에 입고되어 있다. 구매를 원할 시 수달북스 인스타그램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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