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아직 멀었구나
작업 하나를 끝내놓고 동네 카페에 앉았다. 점심은 간단하게 밭에서 상추 두 장 뜯고 계란 두 알 부쳐서 밥이랑 고추장 넣고 비빔밥으로 먹고 나왔다. 아침에 커피를 두 잔 먹었으니 지금은 아이스티로 한 잔. 끼니는 대충 때우고 디저트는 황제처럼 먹는 습관이 있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생각이 흘러넘쳐서 글도 자주 썼는데, 요즘은 아침 메모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글을 쓰게 되지 않는다. 딱히 풀어낼 생각도 이야기도 없다. 대단히 바빠서는 아니고, 멍하니 있는 게 좋아서. 누구도 시키지 않는 할 일들로 나를 구속하는 게 점점 싫어진다. 자유롭고 싶다. 나로부터의 자유. (그래도 글을 써야지 싶은데, 일과 글의 양립은 쉽지가 않은 걸까.)
애써서 적어오던 가계부도 이번 달은 좀 쉬어보련다. 휴대폰 무료 어플로 하던 10분 영어공부도 이 달은 쉬엄쉬엄. 어떤 것들을 하지 않아도 나는 나다. 누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욕하겠어? 내가 나에게 그러지 않고서 말이지.
그런데도 오늘의 커피숍 비용이 아깝지 않기 위해 굳이 이렇게 메모장을 열어 뭐라도 쓴다. 책이라도 들고 나올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자유는 어렵다. 아직 멀었다.
햇빛도 좋고 바람도 구름도 좋은 날. 빨래를 널고 나오길 잘했다. 초록이 우거진 창밖을 보며 차 한잔 값만큼 적어보는 오늘의 밥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