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책도 있다

두 번째 책이 나왔다

by 수달씨


세상에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게다가 나보다 ’잘‘ 쓰고 ’잘‘ 그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쓰고 그릴까. 그에 대해 숱하게 질문을 해왔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답을 찾는 대신 내가 하기로 한 건, 그걸 물을 시간에 그냥 쓰고 그리자는 것이었다.


책을 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는 아름답고 멋진 책이 이미 너무나 많은데, 내 책은 왜 만들어져야 할까. 아직도 읽지 못한 책, 사고 싶은 책들로 넘쳐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들기로 한 건 내 책은 아무도 만들지 않으니까. 내 글을 누가 대신 써주지 않고 내 이야기를 누구도 엮어주지 않으니 내가 할 수밖에.


글도 책이 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듯 책도 책이 될지 몰랐지만 결국 책이 되었다. 사람의 잉태가 자연의 뜻인 것처럼 나의 책도 그렇게 잉태되고 세상에 나왔다. 잘나고 훌륭한 사람만 태어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나왔다.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책도 있다.


서점에 와서 남이 쓴 책을 고르며 여전히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나. 내 책은 구석 한 켠에서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채로 새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모순된 장면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고, 그중엔 내가 쓴 책도 있고 나는 그것이 즐겁다. 오래오래 살고 싶어진다.


결국,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수달씨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집 <어쩌다 마당 일기> 예약구매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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