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 감은지 오래다. 내가 쓰는 것은 고작 나의 집과 마당, 그리고 한 평 남짓도 안될 내 마음에 관한 것들.
오늘 한 작가*는 SNS를 통해 ‘글로 사기 치는’ 사람, ‘글이 삶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국제도서전 기간에 벌어진, 혹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일들과 관계된 이야기다. 곱게 차려입고 문화예술계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는 영부인과, 그 주변부에서 자기 생각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지를 붙잡혀 끌려나가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 글과 말로 먹고사는 이가 어떤 종류의 글과 말에 대해 함부로 칼을 들이밀었던 시대의 이야기. 나는 말할 자신이 없어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무엇이 무엇을 이용해 무엇을 억압하는지, 또는 억압당해선 안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안다. 서울 어떤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곳곳에서 벌어지는 그와 비슷한 일들. 마을이라던가 공동체라던가 하는 이름으로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사람들을 돕던 센터와 조직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들. 또는 이제 너희 자리는 없다고 그만 문 닫고 나가라고 등 떠미는 누군가, 거기에 더 이상 떠밀리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힘을 모으는 누군가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나는 결국 그것들에 대해 쓰지 못하고 눈을 감을 것이다. 글이 삶을 초과할 수는 없기에, 내가 사는 모양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나는 쓸 수가 없다. 글로 사기 칠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가 마신 커피와, 마당에서 노는 고양이들과, 한나절 공들인 빨래와 청소 같은 것들에 대해 적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며 겨우 한 뼘짜리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그리고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들을 외면하며.
*은유 작가의 2023.6.19일 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