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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ul 26. 2020

위로의 방식

짧아도 괜찮아 4



나는 혼자서 나의 것인 슬픔을 감당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녀의 위로 방식이 나의 방식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리라.  - <매우 초록>, 노석미



나도 지나치게 누군가를 걱정하던 날들이 있었다. 마치 나를 그만큼 걱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하여튼 그 위로의 방식, 또는 사랑의 방식의 차이로 그 친구는 나를 떠나고 말았다(그런 이유였다고 믿는다).

나는 사람 하나를 잃고서 새로운 삶을 하나 배웠다. 지금의 나는 웬만하면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관심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적당선에서. 가끔 습관처럼 선을 넘으려는 내가 느껴질 때 멈칫하고는 다잡는다.
하지만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선을 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어떤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선을 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반드시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안전함 속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것. 그것이 그립다. 그런 시절이 그립다.


202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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