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보다는 행복을 선택할래

by 수달씨


아침에 저울에 올라갔다가 화들짝 놀라 내려왔다.

“평소 내가 놓는 자리가 아니었어.”

저울을 옮겨 다시 올라갔다가 앞자리 수와 뒷자리 수를 대충 확인하고 서둘러 다시 내려왔다.

“저울이 고장 난 것 같아.”

고장 난 건 저울이 아닐 것이다. 나의 몸은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러니까 8,9개월 차 만삭 때 몸무게를 향해 가고 있었다.


‘매일 누텔라(초콜릿 잼)를 식빵에 발라먹었기 때문일까?’

‘끼니마다 빵이랑 면만 먹고 살아서 그런가?’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억울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나서 다시 결심했다. 빵과 면을 끊어야지. 그리고 과자도.


한 달을 주기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한 달 정도 몸 관리를 하다가, 그다음 한 달은 폭주. 그다음 달엔 또 결심.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차근차근 불어나 여기까지 왔다. 식탐이 많지 않은 데다 워낙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거의 40년을 살았으니 지금 상황이 낯설다. 외모지상주의를 멀리하려고 애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 몸무게에 대한, 이렇게 만든 나에 대한 혐오가 밀려왔다.


오전 요가를 하는 내내 억울한 마음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운동도 하는데? 오늘부터 진짜 관리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딱 마지막으로 면을 먹어야지. 결론이 그렇게 흘러가, 요가를 마치자마자 근처의 일본식 우동 가게로 들어갔다. 카레우동만 시키려다 마지막인데 싶어서 가라아케(닭튀김)도 추가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일이다.) 카레의 국물은 따뜻하고 든든하게 나의 내장을 적셔줬다. 통통한 수제 우동면은 희고 부드러웠다. 아, 행복하다. 이게 행복이지.


메뉴판의 다른 메뉴들을 둘러봤다. 냉우동, 튀김우동, 텐동, 규동... 맛있어 보이는데 매일 하나씩 먹어볼까 하는 생각에이르자 왠지 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 따위에 굴복하지 말고 내 행복을 찾자!라는 결론. 그리고 운동을 더 늘리면 되지. 하하.


건강과 건강한 식습관은 소중하지만, 혐오와 행복감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역시 행복감을 고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역시 아침마다 식빵에 누텔라를 발라 먹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싶다. 그동안 행복했다, 초코잼아. 더 좋은 주인을 만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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