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와 우울 샤워

by 수달씨


하루종일 인스타그램만 들여다본다. 또는 인디펍, 네이버 스토어 등 내 책 <오늘의 밥값>의 판매 현황을 알 수 있는 정보들. 또는 내가 글 써서 올리는 플랫폼의 조회수.

존재가 희미하다고 느낄 때에 자꾸만 내 존재의 이유를 찾아내듯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증표, 증거들을 찾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은 더욱더 희미해지고...


두 번째 책 <어쩌다 마당 일기>의 예약판매 현황이 저조하니, 장마 기간과 겹쳐 기분이 한없이 다운된다.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지 않을 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거실 한가운데 서있곤 한다.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작년 여름 이맘때처럼 올 해도. 마당은 빗소리로 요란하다. 물이 언제 차오를지 몰라 자다 깨서는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별일 없겠지. 올 해는 작년과 달리 (부정적인) 기분을 눌러주는 약이 있다. 약에게 친구처럼 의지한다. 나를 안심시킨다.


주로 아침에 손글씨로 일기를 써왔었는데 그것도 요즘은 쉬었다. 표지가 여름의 초록으로 가득한 책방 일러스트라 고른 소설책은 더 이상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아 덮었다. 너무 착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세상이라 어쩐지 읽기가 어려웠다. 내 세상은 이렇지 않은데. 내 세상 속 사람들이 착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내 옆에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나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작은 세상을 맴돌고 또 맴돈다.


밤에는 웬만하면 글을 쓰지 않는데 역시나 이런 글을 적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정 또한 나라서 오늘은 빗소리와 함께 부려놓는다. 어차피 축축할 거 같이 축축해지자. 그래봤자 몇몇도 읽지 않는 어두운 글이 세상에 한 편 나왔을 뿐이고, 나는 덕분에 후련해졌다. 가끔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오히려 상쾌해지기도 하니까. 일종의 우울 샤워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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