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야구는 현재진행형
남편은 야구 팬, 그것도 만년 꼴찌 팀(그러나 최근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다. 나는 매일 몇 시간씩, 일년 중 몇 달 동안 저녁마다 야구를 보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쪽에 속하지만 최근 좋게 보는 선수가 생겨서, 옆에 앉아 같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선수는 최근 홈런타자로 엄청난 실력발휘를 하고 있는데,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홈런을 많이 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도 몇 주간 안타 한 번 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늘 한결같이 밝은 모습이었다고 해서 눈여겨보게 됐다. 홈런을 수시로 날리는 지금도, 홈런을 치냐 못 치냐 보다 매일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인터뷰하는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나는 그가 통쾌하게 홈런을 날려주면 기분이 좋고, 홈런을 치지 못한 날은 내심 서운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날그날의 경기를 ‘다만 할 뿐’인가 보다. 일희일비(실은 일비일비에 가까운)의 아이콘인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 경기에서 그는 홈런을 치지 못했지만,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다른 선수들이 홈런도 치고 점수도 내고 해서 큰 점수차로 팀이 승리를 했다. 나는 경기를 보는 동안 모처럼 홈런을 날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내 인생의 홈런은 언제일까?”하고 되뇌어 보았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홈런은 중요하지 않다고.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그리고 볼넷으로 나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도 했던가.)
나는 속으로 ‘그러니까 글쎄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하고 되묻고 싶긴 했지만, 결국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우문현답이다.
내 삶의 홈런이 언제일지, 과연 있긴 할지, 혹시 나는 만년 2군 선수로 마운드 위에 서있지조차 못한 건 아닐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늘 나를 지배하고 있지만 역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나의 오늘치 경기를 해나가는 일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게 내가 서툴더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누구도 읽지 않을지 모르는 책을 만들고, 그날그날의 빨래와 설거지를 하는 이유일 테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4번 타자가 아닌, 때론 외야수로 뛰기도 하고 때론 벤치에 앉아있기도 할 테지만 그 모든 것이 모여 나의 삶을 이룬다. 나의 야구는 그렇게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더 이상 홈런을 기다리지 말자. 나의 야구, 나만의 야구를 해 나가자. 그렇게 마음먹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