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급격히 늘었다. 20대 때와 비교할 필요도 없고, 1~2년 전과 비교해 봐도 몇 kg이나 차이가 난다. 임신 기간 중 거의 만삭 때의 몸무게를 향해가는 중이다. 약 먹느라고 전과 달리 아침을 챙겨 먹어서 그런가? 밥 대신 빵과 면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워낙 미식에 관심이 없는 타입이고, 최근 먹는 양이 다소 늘긴 했어도 이 정도의 무게를 늘릴 만큼은 아니었는데...
나는 근육이 찐 것이라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전에 없이 운동을 꽤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가를 새로 등록하여 일주일에 두세 번은 나가고 있고, 요가를 가지 않는 날에는 30분 조금 넘게 실내자전거를 타는 중이다. 비록 느린 산책이긴 하지만 하루에 20~30분은 아이와 저녁마다 동네를 걷는다. 이 모든 것이 그 정도 무게의 근육을 늘려주는 활동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근육이 찌고 있는 거야.
마른 몸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도 너처럼, 살면서 한 번이라도 체구가 작아봤으면 좋겠어.” “내가 너 같은 몸이면 벗고 다니겠어.”라는 말을 듣곤 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변화가 너무 낯설어 이 상태와 상황과 기분을 뭐라 명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외모지상주의에 반대한다, 사람의 몸은 다양하다, 모두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나의 몸에 대해 나는 어떻게 인식해 왔던 걸까.
마른 몸에 대한 신화. 티브이를 틀면 마른 사람들이 나와서 몸매가 드러나는 화려한 옷을 입고 엄청난 춤을 아무렇지 않게 춘다. 저게 정상이고, 저렇게 되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겠지. 나는 그것을 딱히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튼실해지는 팔뚝과 두둑한 허리둘레를 보면서 억지로 배를 쏙 집어넣어 보는 내 모습, 착잡하다. 그동안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었다. 나 또한 외모지상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을 이 상황이 되어보니 알겠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와~ 살 빠졌다!” 하고 칭찬하고, 아파서 살이 쏙 들어간 친구에게 “공짜 다이어트 했네!”라는 등 그동안 던졌던 말들을 주워 담으며 반성 또 반성해 본다.
그래서, 우선 나부터, 내 몸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나는 근육이 찐 것도, 살이 찐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나다. 빵을 좋아하고, 마음이 조금 아프고, 무릎이 좋지 않은 편이고,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잘 붙고, 햇빛을 보면 기분이 좋은 그런 나. 내 몸은 마땅히 사랑받고 존중받고 돌봄 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듯 내 몸 또한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굵어진 팔뚝도, 우람한 허리도, 튼실한 허벅지도 사랑하는 연습. 건강을 위한 운동은 계속 해야겠지만 그것이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함은 아닐 수 있도록.
무엇보다, 오늘의 내 기분이 나의 전부가 아니듯, ‘몸’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를 구성하고 설명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그것들을 하루에 다 돌아보지는 못하더라도, 마당을 둘러보듯 매일 조금씩 돌아가며 둘러보고 돌보고 아껴주기로 한다. 물을 주고, 공기를 쐬어 주고, 쉬게 해 주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