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에게 “책을 낸 뒤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우울했던 과거의 시간을 긍정하게 됐다는 둥 좋아하는 일(책 만들기)을 발견했다는 둥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진실은 다른 데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다는 점이다.
서점 입고 메일을 보내거나 받고, 입고가 잘 되었는지 책이 팔리고 있는지(안 팔린다) 확인하고, sns에 입고 관련 이슈나 책 관련 이슈를 올리고, ‘좋아요’ 개수를 확인하고(얼마 없다), 머릿속에 글이 떠오르면 메모장을 열어 글을 쓰고, 글쓰기 플랫폼에 올리고, 조회수를 확인하고(얼마 안 된다), 내 책 관련 리뷰나 소식이 없는지(아무리 봐도 없다) sns 계정들과 스마트 스토어를 종횡무진하며 인터넷 세상을 뒤지고...
몇 분마다 한 번씩 이런 일들 하느라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 스마트폰을 전화기와 인터넷 검색 정도의 용도로 써왔던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다가 무언가 새로운 소식이 떴다는 알람 소리가 들리면 귀가 동그랗게 커지는 내가 싫어서 10-20분씩 꺼놓기도 하고 잘 때는 아예 끄고 자기도 한다. 휴대전화 귀신이 된 것 같아 영 탐탁지가 않다.
그러면서 새롭게 추가된 활동이 있다면 전보다는 뉴스 기사를 조금 더 많이 보게 됐다는 것. 스마트폰을 열어 이것저것 둘러본 뒤 할 것이 없으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본다. 슬픈 소식이 너무 많아서 여전히 힘들지만 한참 우울했던 예전에 비하면 다소 감정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피하고 숨었던 세상과 조금 더 연결되게 되었다. 내가 만든 책을 통해 세상 밖으로 조금 나온 듯하다. (여기까지 쓰고 아이를 재우러 간다.)
오늘 또 하나의 슬픈 죽음이 포털 뉴스를 뒤덮었다. 나는 많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워하며 애도만 할 뿐이다. 책을 두 권 냈다고 작가라고 농담 섞어 추켜세워주는 지인들이 있지만 나는 지극히 평범한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지도 못하고, 영향력 있는 생각이나 글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 아직까지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일상에 대한 것뿐이다.
하지만, 글로 적지 않아도 매일 생각하는 것은 있다. 나처럼먹고 살기 위해 하루 더 움직이고 애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 아픔, 고통에 내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죽을 만큼이 아니라 살 만큼 일했으면, 그래도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지만, 살아있는 시간 동안 인간다운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인간뿐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들 모두.
그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다만 오늘치 글을 적고, 나와 내 아이에게 밥 한 술 떠 넣고, 내가 돌볼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살리는 일부터. 휴대전화를 열고, 내 책 제목을 검색하고,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글을 쓰는 그런 평범한 일들 말이다.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