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에 달린 날개면을 펼치면 작가 소개를 볼 수 있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멋들어진 자기소개 문장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나의 자기소개는 지극히 평범하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만들며 삽니다. 시골집에서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심지어 위 세 문장 중 하나는 요즘으로 치면 거짓말이다. 마당을 전혀 돌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최근에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덧붙여 보았다.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갑니다“라고. 뭔가 멋있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는데 여전히 실패한 것 같다.
하긴, 나의 글과 내가 만든 책 자체가 지극히 평범한 쪽이니, 자기소개가 거창했다면 뭔가 어울리지 않는 짝짝이 날개를 달고 있는 꼴이 되었을 거다. 그래서인지 다른 자기소개를 상상할 수가 없어서 여전히 저 소개말을 쓰고 있다.
그래도 멋있는 글보다 진실에 가까운 글이 더 좋다고 믿고 그렇게 쓰려고 노력 중이다. 내 안에 없는 것으로 뻥을 칠 수는 없다. 그렇게 해보려고 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여지없이 중언부언 이상하고 재미없는 글이 된다.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 할 이야기가 마땅히 없으면 차라리 쓰지 않는 편이 낫다.
나의 글 쓰는 방식은 이렇다. 첫 문장이 떠오르고는 그 뒤로 이야기가 줄줄이 흘러나온다. 내가 글을 쓴다기보다 글이 나를 쓰는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에 없는 것을 쓰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금세 낯이 뜨거워서 문장을 이어가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나 논픽션을 써본 적은 없다. 그런 건 내 안에 아직 없다. 만약 쓴다 해도 내가 겪은 일 속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딱 한 번 소설의 첫 문단 정도를 적어본 적은 있다. 그 또한 내게 있었던 일과 무관하지 않다.)
나의 글 쓰는 방식으로 인해 내가 겪는 어려움을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글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잘 모른다. 시작은 했으나 끝을 생각하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마무리 시점이 되어서는 급브레이크를 밟게 되곤 한다. 학교에서 글쓰기에 대해 배울 때, 혹은 논술 공부를 할 때 글을 잘 쓰려면 개요를 짜야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개요가 없어서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내 글 쓰는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쓰는 중이니까.
오늘도 작가의 자기소개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맺음이 어렵다는 이야기로 내달려왔다. 나의 글은 과거와 현재는 있지만 미래는 아직 모르는 어떤 지점에 있는 것 같다. 항상 열린 결말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여전히 글을 쓸 수 있다. 나의 방식을 못견뎠으면 계속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한 독립출판물 제목처럼 ‘내가 무슨 노벨문학상을 탈 것도 아니고’(저자 설인하). 나 또한 같은 마음이다. 목적지를 몰라도 지도를 못봐도 그냥 마냥 쓰는 마음. 내 글조차 내 마음대로 못하면 안되니까. 이 운전대 만이라도 내가 잡고 끌고 간다. 느려도 어디든 간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무사고 경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