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도 나의 것으로 안아주기

오늘의 밥값 72 / 아낌없이 주는 친구

by 수달씨


글이 평범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일상이 평이한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글감을 찾는다. 그 작은 틈바구니를 억지로 벌려 할 말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뭔가 멋진 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나는 그렇게 멋진 사람도 아니잖아.

그럴 땐 약을 끊어야 하나 생각도 한다. 이 약은 일상에서 내 마음이 출렁이며 파도타기를 하지 않도록 만든다. 생각을 줄여주고 감정을 일정하게 만들어준다. 들고 남이 없는 일상이 나름대로 좋아서 나는 썩 잘 지내고 있다. 요즘처럼 평온한 날이 있었던가.

그런데도 어느 날 누군가의 잘 쓴 글을 읽다 보면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내가 그런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약의 탓을 해버린다.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여러모로 약은 편리하다.

마음의 들고 남이 없는 상태. 언젠가는 약이 없이도 그 상태에 도래해야 한다. 그 상태에서도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살아갈 것이다. 그때는 탓할 것이 없으니 그저 쓰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상태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평범함도 나의 것으로 안아주기. 그 방법밖에 없겠다.



-

글쓰기를 배운 적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러면서 한때는 글쓰기 강사를 한 적도 있고 글쓰기 소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모두 자의로 한 일은 아니다. 나는 돈이 되면 그게 뭐든지 해내던 사람이었으니까.

글도 돈이 되는 시대다. 아주 사소한 콘텐츠라도 갖고 있으면 유튜브로 돈을 벌라는 말을 듣는다. 그처럼, 기왕 쓸 거면 돈을 주는 블로그 같은 곳에 글을 올리라는 말을 듣곤 한다. 실제로 돈을 주는 곳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브런치에만 올리던 글을 다른 플랫폼에도 올리기 시작했다. 일, 이주마다 몇천 원 정도 소소하게 수입이 들어온다. 적은 금액인데도 의외로 글 올리는 데에 조금 열정적이 되었다. 자본주의의 힘이란.

매일 글을 쓰려던 건 아닌데, 첫 문장이 떠오르면 메모장을 열어 적어 내려 가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요즘은 거의 매일 글을 쓴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하루에도 수시로 글을 적었다. 글이라기보단 말에 가깝다. 수다의 대상이 없는 수다. 친구가 별로 없는 나에겐 지금은 글이 친구다. 친군데 돈도 벌어다주고, 나중에 책으로도 만들어져 기쁨을 준다. 아낌없이 주는 친구다.







keyword
이전 28화내 글조차 내 마음대로 못하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