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달씨 Jan 04. 2024

아이가 방학이라고 나도 방학인 걸까


1월 첫 주, 아이는 아직 학교엘 다니고 있다. 봄방학이 없는 대신 다른 학교보다 방학을 늦게 한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나을 텐데 와야 할 방학이 더디게 오니 나도 갑갑하고 아이도 몸이 닳는다.


나의 아이는 삼식이라서, 삼시 세끼를 밥으로 먹어야 한다. 아점(아침 겸 점심)도, 점저(점심 겸 저녁)도 용납을 못하는 편.  요리도 먹는 일도 귀찮은 나로서는 방학 때마다 아이 먹일 일이 걱정이다. 1, 2학년 방학 때는 돌봄 교실을 보내느라 도시락도 쌌었는데 이젠 도시락을 쌀 필요는 없어졌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어떻게 먹였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1, 2월은 나의 회사가 비수기라(1인 디자인회사 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럭저럭 어떻게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도 보러 다니고 산에도 다녀야지. 새해에는 뭐든지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1월의 늦은 방학을 기다리며, 어른의 방학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 때에 누렸던 긴 방학은 이제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경제활동을 포기하면 가능하겠지만. 어른이란 자신의 의도나 준비됨과 상관없이 상시적인 책임을 어깨 위에 올리고 끝도 모를 어딘가로 걸어가는 일. 그 길이 끝나야지만 그저 영원한 방학을 누릴 뿐이다. 이런 게 어른인 줄 알았다면 방학이 있던 시절을 조금 더 활기차게 보낼 걸 그랬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쪽도 아녔고 어쩔 수 없이 어른을 맞았다. 실은 지금도 어른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어떻게든 어깨 위에 올라온 것들을 짊어지고 앞으로 간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방학이 된 기념으로 이것저것 1월의 일정을 채웠다. 가족 여행으로는 겨울산에 가기로 했고, 나 홀로 여행도 계획했다. 아이와 동갑인 조카가 집에 놀러 와 며칠 머물 계획도 세웠다. 비수기를 방학처럼 즐기자. 그 수 밖에는 없겠다. 어른의 방학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니까.


여름 방학 때보다는 겨울이 어쩐지 활기차다. 새해가 끼어있어 그런 것 같다. 모쪼록 활기찬 건 좋은 일이다. 방학이 지옥일 많은 어른들에게 활기를. 지금 일어나서 즐거운 일을 계획하기를. 당신의 방학을 응원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기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