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
공간도, 음악*도, 커피도, 책*도 좋으니 어느 것에도 온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신에 책을 덮고 메모장을 열었다.
오늘 아이에게 비타민 캔디 한 알을 줬는데, 하나밖에 주지 않느냐며 투정을 부린다. 나는 하나도 없던 너에게 하나가 생겼는데,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속상하느냐며 아이를 나무랐다.
그런데 소유란 정말로 상대적이다. 하나를 가져도 전부가 아니면 의미가 없기도 하고, 전부를 가졌는데도 온전한 하나만 못할 때가 있으니.
제주의 작은 마을에 짧은 여행을 왔다. 카페에서 혼자 많은 것을 누리니 오감이 교차한다. 혼자인 나는 온전한지, 하나를 갖고도 다른 걸 탐하느라 온전히 누리지 못할는지. 기대가 0일 때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이치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0과 1, 1과 전부에 대해 생각한다.
*들리는 음악은 때 이른 크리스마스 느낌의 재즈 모음.
*펼쳐진 책은 최승자 시인의 <쓸쓸해서 머나먼> 시집.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