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달씨 Aug 03. 2021

너도 거기에 있다

뱉은 말


나는 악이 싫었다.

나는 위악을 더욱 싫어한다.

나는 염세와 배타적인 영혼을 싫어한다.

나는 고독과 혼자됨을 예찬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악이 있다.

누구나 가시 돋고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구나 세상을 등지고 누군가를 실컷 미워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 자신이 너무 미워서 그보다 다른 무언가를 미워하기로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 있다.

(홀로됨은 자궁 속과 같은 태초의 안전인지도 모른다.)


내가 싫어했던 것은 어쩌면 거울의 뒷면.

나는 두 개의 거울로 이제껏 외면했던 내 뒤통수를 본다.


그곳은 옳고 그름의 세상이 아니다.

달의 뒷면처럼 그냥 거기에 있다.

너도 거기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전한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