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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ul 22. 2021

온전한 여름

짧아도 괜찮아 18


아이의 도시락을 싸 돌봄교실로 보내고 전날 미룬 설거지를 해치운 뒤 마당에 앉아 키 큰 옥수수를 바라본다. 7월의 한 중간, 장마가 물러간 하늘은 말갛게 푸르다. 습기 없는 적당한 바람이 사그락거란다.

오늘 아침 첫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언제나 여름이 시작되면 여름 끝을 아쉬워하고 가을이 시작되면 겨울을 걱정하는 사람. 그래도 오늘은 조용하게 혼자 이 여름을 느껴본다. 에어컨도, 아이가 늘어놓은 장난감도, 공사장 소음도 없는 오랜만의 조용한 시간.

옥수수가 흔들거리고 까마귀와 참새가 울어대는, 여름과 나 둘 뿐인 이 곳.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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