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도 괜찮아 23
눈에 보이는 허영과 닿지 않는 허상을 쫓는데 인생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훗날 생의 끝에 가서, 이런 것들에 인생을 모조리 다 써버렸다고 기록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동안의 것들은 그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믿는다. 젊었고 어렸고 실수투성이인 게 당연했을 시절. 하지만 남은 인생만이라도 제대로 된 것들을 취하고 싶다. 건강한 것을, 솔직함을, 보이는 것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충만함을, 나의 욕심보다 누군가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애쓰는 마음을. 생의 고갱이를.
반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다. 남아있는 거면 좋겠다. 그렇게 자주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살아있을 수 있는 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어쨌든지 간에 남은 삶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마흔한 살 봄에 기록한다. 언제나 나는 달라지고 싶어 했지만. 진짜로 달라지고 싶다는 n번째의 기록.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