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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Jun 02. 2022

평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밥값 23 / 습관 어플을 시작했다


습관 어플을 시작했다. 최근 실내 자전거를 꾸준히 타고 있기도 하고, 무려 두 달 넘게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소소한)영어공부를 이어오는 중이라 기록을 해봐도 좋겠다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뭘 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뭔가 스마트한 인간인 척하는 아날로그 인간.)

요즘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터라 그에 관련된 습관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전거와 백팔배, 명상 등. 그리고 일이 있든 없든 책상에 앉아 작은 작업이라도 조금씩 해나가도록 '출근하기'도 넣었다. 물론 거실 옆 서재방의 작업 책상으로 출근이다. 습관을 정하다 보니 또 욕심껏 너무 많아졌는데, 그중 마지막은 '미뤄둔 일이나 고민 해치우기'. 너무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라, 생각할 시간에 움직였으면 세상을 바꿨겠다 싶어 생각 대신 일단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마당을 쳐다보며 '저 잡초들을 뽑아야 되는데...'라고 생각할 시간에 그냥 가위를 들고 움직이는 거다. 그래도 전보다 체력이 좀 붙었는지, 그렇게 움직이고도 금방 지치는 일이 덜 해졌다.

사실 오늘은 멘털을 붙잡기 쉽지 않은 날이다. 어제 지방자치단체 선거 결과 때문이다. 꼭 원하는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버렸으니. 이제 얼마나 피바람이 불까. 벌써부터 으스스하다. 개인이 아무리 명상하고 좋은 음식 먹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애써도, 정치가 잘못되면 다 소용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새삼스레 내가 사회 속에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꽤 오랫동안 정치에 무심했는데, 무심할 수 있었던 것조차 어쩌면 작은 사치였을까. 아니면 외면했을 뿐인가. 나는 상관이 없을 줄 알고.

갑자기 전쟁을 맞은 우크라이나의 국민들, 전철역에서 거리에서  굶고 삭발하고 시위하는 장애인들도 누구보다 평화를 바랐을 것이다. 평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좋은 음식 먹고 명상한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이런 기분으로는 못 해! 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내 할 일을 잘하고 내가 올곧게 있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 책상으로 간다. 오늘치 밥값을 하러. 그리고 욕지거리 한 바가지 하고 오늘을 산다. 나의 오늘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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