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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Oct 04. 2022

모든 세대의 책방을 꿈꾸며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을까 2


독립서점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나던 시절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이 서점들을 탐방하고 탐닉할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6-7년 전, 이미 1세대 서점들이 몇 년 차를 버티며 자리를 잡아가고, 그다음 세대들에게 꿈을 키워줄 때였다. 애석하게도 그 1세대 서점들 중 얼추 절반은 지금 없는 것 같다. 반면 지역을 옮기고 평수를 줄여가면서도 여전히 버티거나 혹은 더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서점들에 경의를 표한다.

그 이후로 많은 서점들이 문을 열고 또 문을 닫았다. 굳이 나누면 2세대, 3세대 정도까진 온 것 같다. 책 팔아서 돈 못 번다고 모두가 이야기해도 이렇게 서점이 계속해서 생기니 신기하다. 그리고 여전히 나도 서점을 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열 서점은 모든 세대의 서점이면 좋겠다. 3세대, 4세대, 5세대가 아니라. 들고 나는 흐름 속에서 함께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끝내 살아남는 서점이어야 한다. 언젠가 노아의 방주처럼 모두가 침몰 위기에 놓이더라도, 내 배에 사람과 동물, 그리고 책을 함께 태우고 마지막까지 버티고 싶다. 그러려면 애초에 단단한 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난과 풍파에 다소 흔들릴지언정 부서지지 않고, 나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도 구원할 수 있는 정도의 튼튼한 배.

그렇기 위해서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몸과 마음이 튼튼하지 못하고, 경제력도 단단하지 못하다. 이래서는 모든 세대의 서점이 될 수 없다. 나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지금의 시간을 땅을 다지는 데 쓰기로 했다.

나의 파랑새였던 서점의 꿈은 그렇게 잠시 날려 보낸다. 언젠가 내가 더 단단해지면 찾아와 줘. 잘 가, 나의 파랑새야.


2022/10/03


* 이전 글을 쓰면서, 다음 글의 제목은 <서점을 하기로 했다!>가 되기를 내심 바랐던 것 같다. 그때가 3주쯤 전의 일이다. 비록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일을 계기로 내 일상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전 글 <오늘의 밥값 36 / 서점을 할 것이냐?> 참조

https://brunch.co.kr/@sudalcine/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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