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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투덜 Jul 23. 2022

똑똑똑 예술가 (3)

진달래 어르신

   

진달래님은 가명이지만 그 이름처럼 활기차고 열정적이시며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열성팬이기도 하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임영웅의 자료들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시는 달래님은 마치 10대 소녀와 같았다. 그 열정에 이끌려 갑자기 트로트와 임영웅에게 관심이 가지게 되었고, 최근 외출을 못하셔서 답답해하시는 달래님을 모시고 임영웅 갤러리를 하고 있는 해운대 달맞이 찻집에 가기도 했다. 찻집 전체는 임영웅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달래님은 사진 하나하나 임영웅의 영웅담을 알려주신다. 그럴 때는 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마냥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오신 분 같기만 하다.     

달래님은 일본의 치바현에서 태어나셨다. 시골길을 뛰어다니던 어린 소녀는 밤하늘 산너머로 보였던 붉은 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원자폭탄의 불빛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하신다.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부럽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내던 달래님은 8살이 되던 해 해방이 되고 아버지를 따라 귀향길에 올랐다.

전쟁이 끝나고 급하게 서두른 귀향길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온 달래님의 가족은 아버지의 고향인 안동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곧 형편이 어려워져 달래님 만 큰어머니 댁에서 살림을 해 주는 조건으로 부산의 서면으로 오셨다고 한다. 처음으로 한 남의집살이였다. 그러다 중매로 25살에 결혼을 하게 되고 달래님은 가족의 부양을 위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녀 또한 그 시대의 여성들의 대부분과 같이 교육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특별한 대책이 없어 대야에 생선을 이고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개상어를 주로 팔았다. 수영에서 용당까지 물과 생선이 든 무거운 대야를 머리에 이고 장장 16㎞을 왕복 8시간에 걸쳐 걸어 다니셨다. 신고 있는 고무신은 금방 헤어져 버렸다. 헤어진 고무신은 엿장수에게 다른 사람이 엿으로 바꾼 그래도 조금 성한 고무신으로 바꾸어 신었고, 어느샌가 엄지발가락은 저절로 빠져 버렸다고 한다.     

달래님에게는 그 젊은 날의 힘든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무거운 짐을 많이 들다 보니 허리와 다리에 나이가 듦에 따라 병이 들어 조금 구부정하게 걸음을 걸으신다. 삶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흔적들이다. 

조금씩 장사에서 신용이 생기게 되었고 달래님의 손맛을 알게 된 손님의 권유로 수영에서 민락 횟집이라는 작은 가게를 열게 되었다. 대야에는 개상어에서 아나구와 야채로 바꾸어 담고 가게는 조금씩 입소문이 나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되었다. 그곳에서 번 돈으로 아들 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 그 일대는 동명목재라는 큰 목재소가 있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거리를 찾아 모여들었고 그들에게 있어서 달래님의 작은 가게는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마법 같은 공간이었을 것이다. 몰려드는 손님으로 두 방을 터서 한꺼번에 30명 이상의 손님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게를 넓혀가고 있었지만 그 일대를 매립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터전을 옮기게 된다. 좋은 가게 터를 찾기 위해 서면, 기장, 송정 등 여러 곳을 물색해 보았지만 최종적으로 지인의 소개로 영도 중리에 다시 가게를 열게 된다. 달래님의 나이 48세이었다. 수영 가게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근근이 70세가 넘어가도록 가게를 계속하였다. 달래님의 삶은 열정으로 관통한다. 긴 세월 가족을 위해 일해 오신 달래님 정말 대단하시다.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나로서는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일을 그만두시고는 하나 있는 아들네와 같이 살게 되고 아들과 며느리의 무게를 덜어주기 위해 손주를 돌보았다고 하신다. 그 손녀딸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너무나 정성 들여 키우다 보니 이제 성인이 되어 할머니의 곁을 떠나다 보니 허전함이 몰려와 우울증을 앓기도 하셨지만, 현재는 영웅이에게 푹 빠져 아침에 일어나면 영웅이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계신다. 언제나 무언가에 열정이 신 달래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임영웅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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