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이순영은 수연씨 아파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손에는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쿠키가 들려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 강의 후 정수연이 "시간 되시면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했을 때는 그냥 인사치레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초대해 줄 줄 몰랐다.
"안녕하세요."
문이 열리자 정수연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집 안에서는 아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뭘 이런 걸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거실로 들어서니 지우가 블록놀이를 하고 있었다. 7살 아이가 진지하게 뭔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지우야, 인사해 봐. 엄마 친구야."
지우가 고개를 들더니 밝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이모, 뭐 만드는지 볼래요?"
"그래, 뭘 만들고 있어?"
"로봇이요! 아빠가 사주신 새 블록으로 만들었어요."
이순영은 아이 옆에 앉아서 함께 블록을 만져봤다. 작은 손으로 열심히 설명하는 지우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와, 정말 로봇 같네. 지우가 참 잘 만들었다."
"진짜요? 엄마도 예쁘다고 했어요!"
정수연이 차를 끓여 오며 말했다.
"지우가 누구한테 관심받는 걸 정말 좋아해요. 평소에 엄마 아빠밖에 없어서..."
"부럽네요. 이렇게 따뜻한 가정이."
이순영의 말에 정수연이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도 요즘 고민이 많아서... 완벽한 가정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잖아요."
수연이 차를 내놓으며 앉았다. 지우는 여전히 블록에 집중하고 있었다.
"순영 씨는... 아이를 원하지 않으셨어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이순영은 잠시 망설였다.
"원했죠. 결혼했을 때는... 그런데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복잡했어요."
"아..."
"제 전 남편은... 아이보다는 자기 일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거든요. 나중에 키울 수 있다고 계속 미루다가..."
이순영은 말을 멈췄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 3년 차에 임신했을 때, 남편 준혁이 했던 말들.
'지금은 안 돼. 내가 승진 준비하고 있잖아. 나중에 하자.'
'아이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지금 우리 형편에...'
결국 그의 설득에 넘어가서... 이순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팠다.
"죄송해요. 괜한 얘기를..."
"아니에요. 괜찮아요."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지우가 완성된 로봇을 들고 왔다.
"이모, 봐요! 다 됐어요!"
"우와, 대박! 진짜 멋있다!"
순영씨는 아이를 안아 주었다. 따뜻하고 말랑한 아이의 몸이 느껴졌다. 이런 게 엄마의 행복인가 싶었다.
저녁을 함께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순영씨는 가슴이 복잡했다. 정수연네 집의 따뜻함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놓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나도 저런 가정을 가질 수 있었을까?'
원룸에 들어서니 적막이 느껴졌다. 혼자 사는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 특히 주말 저녁이 가장 외로웠다.
일요일 오전, 이순영은 북한산 등산로에 있었다. 3개월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산악회 정기모임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순영 씨, 오늘따라 표정이 좋네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성호 씨였다. 48세, 고등학교 국어교사. 산악회에서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다.
"그런가요?"
"네. 뭔가 밝아 보여요."
성호 씨는 온화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키가 크지는 않지만 건실해 보였고, 말도 차분했다. 그런데 어딘지 쓸쓸한 분위기도 있었다.
"성호 씨는 주말에 주로 뭐 하세요?"
이순영이 물었다. 함께 걸으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다.
"집에서 책 읽거나... 아니면 이렇게 산에 와요. 이순영 씨는요?"
"비슷해요.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밖으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혼자 사시나 봐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이순영은 잠시 망설였다.
"네... 혼자 살아요."
"저도 그래요. 3년째."
성호 씨의 말에 이순영은 조금 놀랐다. 그도 혼자 사는구나.
"가족은..."
"딸이 하나 있는데 전 부인이 키우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아..."
"이순영 씨는... 결혼 경험이 있으세요?"
이순영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이혼했다고 말하면 뭔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음... 복잡해요."
"아, 죄송해요. 괜한 얘기를..."
"아니에요."
두 사람은 묵묵히 걸었다. 10월 중순의 북한산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빨갛고 노란 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정상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며 성호 씨가 말했다.
"이순영 씨, 혹시 시간 되시면 다음 주말에 영화라도 볼까요?"
"영화요?"
"네. 요즘 괜찮은 영화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부담스러우시면..."
이순영은 당황했다. 이혼 후 남자와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생각해 볼게요."
"네,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하산길에 이순영은 계속 고민했다. 성호 씨는 좋은 사람 같았다. 그런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는 게 두려웠다. 또 상처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목요일 오후, 평생교육원 강의실. 김민우 강사가 칠판에 이름을 적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오늘은 니체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니체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조현우가 말했다.
"신은 죽었다?"
"맞아요. 유명한 말이죠. 하지만 니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에요."
김민우는 칠판에 적었다.
"초인 (Übermensch)"
"니체는 기존의 가치가 무너진 시대에, 인간이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것이 바로 '초인'의 개념입니다."
이순영은 메모를 했다. 새로운 가치 창조라...
"그럼 초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수연이 물었다.
"니체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만약 당신의 인생이 똑같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그래도 그 인생을 사랑할 수 있겠냐는 거죠."
박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니체는 말합니다. 진정한 초인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과거의 실패와 고통까지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이순영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인생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준혁과의 결혼생활, 그 끔찍했던 시간들까지도 다시 겪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이순영이 물었다.
"좋은 질문이에요. 니체는 '운명에 대한 사랑(Amor fati)'을 말해요.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더 강해지는 것."
"그럼 나쁜 기억도 사랑해야 한다는 건가요?"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그리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것."
강의가 끝나고 이순영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니체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과거를 부정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라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이 울렸다. 성호 씨였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영화 얘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순영은 잠시 망설였다.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고.
"좋아요."
"정말요?"
"네. 토요일 어때요?"
"좋습니다! 그럼 2시에 강남 CGV에서 만날까요?"
전화를 끊고 나서 이순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우면서도 기대됐다.
토요일 오후 1시 50분. 이순영은 강남역 CGV 앞에서 성호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신경 써서 옷을 입고 나왔다. 연한 회색 니트에 검은색 바지, 그리고 가볍게 화장도 했다.
"이순영 씨!"
성호 씨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깔끔한 재킷을 입고 왔는데, 평소보다 젊어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라 그런지 재미있었다. 성호 씨가 웃을 때마다 이순영도 덩달아 웃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 근처 카페에 앉았다.
"재미있었어요." 이순영이 말했다.
"다행이네요. 저도 오랜만에 이렇게 웃었어요."
"평소에 안 웃으세요?"
"혼자 있으면 웃을 일이 별로 없어서..."
성호 씨가 쓸쓸하게 웃었다.
"성호 씨는... 언제 혼자 살게 된 거예요?"
"3년 전이요. 이혼했거든요."
"아..."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순영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죠?"
이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해야 할 때인 것 같았다.
"저도... 1년 전에 이혼했어요."
"그렇군요."
성호 씨의 표정에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말하기가 어려우셨을 거예요."
"네... 아직도 어색해요. 이혼했다고 말하는 게."
"저도 그랬어요. 뭔가 실패한 사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왜 이혼하게 됐어요?" 성호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순영은 잠시 망설였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얘기였다.
"제 전 남편은... 저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어요."
"어떤 뜻이에요?"
"그냥...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순영의 머릿속에 준혁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 7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이순영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준 적이 없었다. 모든 결정은 그의 몫이었고, 이순영은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됐다.
'너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 생각은 내가 할게.'
이직을 할 때도, 집을 구할 때도, 심지어 무엇을 먹을 것인지까지도 모든 건 준혁이 정했다. 처음에는 '남자답다'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숨이 막혔다.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임신했을 때도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순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지금은 안 된다고. 나중에 하자고. 제가 얼마나 아이를 원했는지는 상관없이."
성호 씨가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나 봅니다."
"네... 그 일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도, 그 사람도."
이순영은 커피컵을 돌렸다.
"성호 씨는 어떠셨어요?"
"저는... 좀 다른 케이스예요. 제가 너무 일에만 매달렸어서."
성호 씨가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교 교사 일이 생각보다 힘들어요.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아내가 외로워했는데도 몰랐죠."
"그래서 이혼을?"
"아내가 다른 사람을 만났어요. 제가 집에 없는 사이에."
이순영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정말 화가 났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남편 역할을 제대로 못 했으니까."
"그래도 배신은 배신 아니에요?"
"그렇죠. 하지만 원인을 만든 건 저니까."
두 사람은 잠시 조용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 이순영이 물었다.
"다시 결혼하라는 뜻이세요?"
"꼭 결혼이 아니어도... 새로운 관계라든지."
성호 씨가 이순영을 바라봤다.
"솔직히... 무서워요. 또 실패할까 봐."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이순영 씨를 만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이순영의 가슴이 뛰었다.
"무슨 뜻이에요?"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워지더라고요."
카페를 나와 걸으며 성호 씨가 말했다.
"이순영 씨, 우리... 천천히 알아가면 어떨까요?"
"천천히요?"
"네. 서두르지 말고,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좋은 친구부터 시작해서."
이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며 성호 씨가 말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네, 저도 즐거웠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순영은 창밖을 바라봤다. 어둠 속을 달리는 지하철이었지만 마음은 밝았다.
그런데 집 근처 역에서 내리는 순간, 이순영은 깜짝 놀랐다. 개찰구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준혁이었다.
1년 만에 보는 전 남편이었다. 이순영은 황급히 기둥 뒤로 숨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준혁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응, 곧 갈게. 미안해, 일이 좀 늦어져서."
목소리는 예전과 똑같았다. 차갑고 무뚝뚝한.
"뭘 먹고 싶어? 아, 알겠어. 그냥 적당히 시켜놓고 있어."
준혁이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 이순영은 한참 후에야 그 자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손이 떨렸다. 왜 갑자기 준혁을 보게 된 걸까. 그것도 하필 성호 씨와 좋은 시간을 보낸 직후에.
원룸에 들어와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준혁과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떠올랐다.
결혼 초기에는 나름 행복했다. 준혁이 모든 걸 결정해 주니까 편하기도 했고. 하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는 결정 장애가 있어. 그냥 내가 정해주는 게 낫겠어.'
'집안일이나 잘해. 바깥일은 신경 쓰지 마.'
'애는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낳자. 지금은 내가 승진하는 게 먼저야.'
그리고 임신했을 때의 일. 이순영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났다.
'지금 애 낳으면 우리 어떻게 키워? 내 월급으로는 빠듯하다고.'
'애는 계획을 세우고 낳는 거야. 무책임하게 그냥 낳으면 어떡해.'
결국 그의 설득에 넘어가서... 이순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일만큼은 정말 후회됐다.
그 이후로 준혁과의 관계는 급속히 나빠졌다. 이순영은 남편을 원망했고, 준혁은 그런 이순영을 부담스러워했다.
'왜 자꾸 그 얘기를 해? 이미 지난 일인데.'
'나중에 낳으면 되잖아. 왜 그렇게 집착해?'
하지만 '나중에'는 오지 않았다. 준혁은 계속 핑계를 댔고, 이순영은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우연히 준혁의 휴대폰에서 다른 여자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발견했다. 직장 후배였다.
'당신 아내는 언제까지 이해해 줄 거야?'
'곧 정리할게. 조금만 기다려줘.'
그제야 이순영은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끝난 관계에 매달리고 있었다는 걸.
이혼 과정은 생각보다 빨랐다. 준혁도 이순영도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순영아, 미안해. 내가 잘못한 게 많아."
마지막 날 준혁이 한 말이었다. 그때는 화가 나서 대답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도 나름 힘들었을 것 같다.
이순영은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과거의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고.
준혁과의 결혼생활도 자신을 만든 과정의 일부였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성호 씨를 만난 것도... 어쩌면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울렸다. 성호 씨였다.
"집에 잘 도착하셨어요?"
"네, 도착했어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 주에도 시간 되시면..."
"네, 좋아요."
이순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준혁을 본 충격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럼 좋은 꿈 꾸세요."
"성호 씨도요."
전화를 끊고 이순영은 창밖을 바라봤다. 10월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지금, 그리고 앞으로였다. 성호 씨와 어떤 관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는 생겼다.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는 건 어려울지 모르지만, 적어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순영은 처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44세, 이혼 1년 차. 늦었지만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