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중국집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판을 펼친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두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짜장면과 짬뽕.
짜장면은 안전하다. 달콤한 춘장 소스, 부드러운 면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짬뽕의 얼큰한 국물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뜨끈한 해장의 쾌감, 후루룩 마시는 시원함. 그런데 혹시 너무 맵거나, 국물이 내 취향이 아니면?
나는 메뉴판을 덮는다. 3초 후, 다시 펼친다. 여전히 짜장면과 짬뽕이다.
옆 테이블 손님은 이미 면을 후루룩 먹고 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결정했을까. 사장님이 주문받으러 온다. "뭐 드릴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조금만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이건 단순히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아니라는 걸.
선택한다는 건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짜장면을 선택하는 순간, 짬뽕은 '오늘 먹지 못 한 가능성'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그 가능성의 상실을 두려워한다. 혹시 짬뽕이 더 맛있었으면 어쩌지? 짜장면을 선택한 나는 바보가 되는 걸까?
그래서 우리는 메뉴판을 세 번, 네 번 펼친다. 완벽한 선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짜장면을 시키든 짬뽕을 시키든, 음식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대부분 만족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다.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거다.
"짬뽕이요."
나는 마침내 말한다. 결정의 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온다. 뜨거운 국물이 나오고, 첫 숟가락을 뜬다. 얼큰하다. 순간 짜장면이 아쉽기도 하지만, 곧 지금 이 뜨거움에 집중한다.
선택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