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들 #03

3회: 먼저 연락과 기다림 사이에서

by 수담

문자를 쓴다. 지운다. 다시 쓴다. 또 지운다.


"요즘 어때? 밥 한번 먹자."


보내기 버튼 앞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이렇게 보내면 너무 부담스러운가? 아니면 너무 가벼운가? 혹시 상대가 귀찮아하면? 혹시 내가 먼저 연락해서 체면이 깎이는 건 아닌가?


결국 문자를 지운다. "상대가 연락하겠지."


그렇게 우리는 기다린다. 상대의 연락을. 상대의 관심을. 상대의 먼저 다가옴을.


왜 먼저 연락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 어릴 적엔 보고 싶으면 그냥 "놀자!"라고 말했는데. 언제부터 우리는 먼저 다가가는 것을 '지는 것'처럼 느끼게 됐을까.


사실 이 고민의 중심에는 두려움이 있다.


거절당할까 봐. 부담스러운 사람이 될까 봐. 나만 상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될까 봐. 그래서 우 리는 계산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연락했으니 이번엔 상대 차례, 저번에 내가 먼저 약속 잡았으니 이번엔 상대가 먼저, 1주일은 기다려봐야...


기다림은 안전하다. 거절당할 일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기다림에는 대가가 있다. 관계가 식어간다. 연락하고 싶었던 그 순간의 따뜻함이 사라진다. 그리고 결국 아무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된다.


몇 년 전,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있었다. "갑자기 네가 생각나더라. 밥 먹자." 나는 그 문자를 받고 이상하게 울컥했다. 누군가 나를 생각했다는 것,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 그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먼저 연락하는 건 지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걸.


"요즘 어때?"라는 짧은 문자는 사실 이런 의미다. "나 너를 생각하고 있어. 네가 궁금해. 우리 관계가 소중해." 이걸 부담이라고 느낄 사람이라면, 애초에 소중한 관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먼저 연락하면 상대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상대도 지금 문자를 쓰다 지우고 있을지 모른다. 둘 다 자존심 때문에, 체면 때문에 먼저 연락 못 하고 기다리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요즘 어때? 밥 한번 먹자."


1분 후, 답장이 온다. "나도 마침 네 생각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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