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편한 옷과 멋진 옷 사이에서
옷장 앞에 선다. 외출 30분 전.
왼쪽에는 편한 옷들. 늘어진 청바지, 부드러운 티셔츠, 발이 편한 운동화. 입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오른쪽에는 멋진 옷들. 잘 맞는 셔츠, 깔끔한 슬랙스, 세련된 구두. 입으면 거울을 한 번 더 보게 되는, 그런 옷들.
오늘은 어떤 나를 입고 나갈까.
편한 옷을 선택하면 온종일 몸이 편하다. 옷매무새를 신경 쓸 일도 없고,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문득 거울을 봤을 때 "에이, 그냥 대충 입고 나왔네"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 다.
멋진 옷을 선택하면 기분이 좋다. 걸을 때 어깨가 펴지고, 누군가 마주칠 때도 당당하다. 하지만 30분쯤 지나면 뭔가 불편하다. 셔츠 칼라가 목을 조이고, 구두가 발을 죄고, "아, 그냥 편한 옷 입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 욕망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편안함에 대한 욕망과 멋있고 싶은 욕망. 나를 위한 선택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 물리적 편안함과 심리적 만족감. 둘 다 중요한데,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 고민의 정답은 "어디 가느냐"에 달려 있다.
동네 마트 갈 때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모임에 운동복을 입고 갈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잊는다. 옷은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춰 입는 거라는 걸.
더 중요한 건, 선택한 옷을 어떻게 입느냐다.
편한 옷을 입었어도 자신감 있게 입으면 멋있다. 멋진 옷을 입었어도 불편해하며 계속 옷매무새를 만지작거리면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옷이 나를 입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입는 거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말했다. "옷은 당신이 누군지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옷은 오늘 당신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보여주는 것이다."
편안한 하루를 원한다면 편한 옷을,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멋진 옷을.
옷장 문을 닫는다. 오늘은 편한 티셔츠에 좋아하는 재킷을 걸쳤다. 편안함과 멋 사이 어딘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