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담소사

댓글 하나의 무게

by 수담


저녁 아홉 시, 설거지를 하다가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브런치 알림이었어요. 누군가 댓글을 남겨주셨다는 표시. 물기 묻은 손을 황급히 닦고 화면을 열어봤습니다. 댓글 알림에 이렇게 설레는 50대 아저씨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좀 웃기긴 합니다.


"공감합니다."


딱 다섯 글자였어요. 그런데 그 다섯 글자가 참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었고, 마음이 움직였고, 댓글창을 열어 글자를 타이핑했다는 것. 그 모든 과정이 이 짧은 문장 속에 담겨 있더라고요.


브런치에는 라이킷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되는 간편한 공감의 표시죠. 물론 라이킷도 고맙고 기쁩니다. 누군가 제 글에 반응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댓글은 좀 다릅니다. 라이킷은 손가락 하나면 되지만, 댓글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가끔(사실은 아주 자주) 글을 올리고 나서 몰래 브런치를 들여다봅니다. 라이킷은 몇 개 늘었는데 댓글은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문득 불안해집니다. '혹시 내 글이 어색했나? 공감이 안 됐나?' 작은 라이킷 하나하나는 고마운데, 댓글이 없는 그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글에 긴 댓글이 달릴 때가 있어요. 별생각 없이 쓴 글인데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공감을 표현해 주실 때. "저도 그랬어요", "같은 경험이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실 때면, 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게 실감 납니다.


더 신기한 건 작년에 쓴 글에 댓글이 달릴 때입니다. 어느 날 문득 알림이 와서 확인해 보면 제가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글이에요. 누군가 지금 그 글을 읽고 있다는 것, 그리고 댓글을 남길 만큼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 시간을 건너온 작은 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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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댓글을 쓴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내가 이런 댓글을 달아도 될까", "글 쓴 사람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래서 댓글 하나하나가 더 소중합니다. 라이킷은 숫자로 보이지만, 댓글은 사람이 보이거든요. 그 사람의 목소리가, 표정이, 마음이 느껴집니다. "공감합니다" 다섯 글자 뒤에 숨은 누군가의 고개 끄덕임이 보이고, "저도 그랬어요" 여섯 글자 속에서 함께 겪은 시간의 무게가 전해집니다.


댓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누군가 위로를 받았다거나, 지나가듯 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말이 되었다거나. 글쓰기가 혼자 하는 일 같지만, 댓글이 있으면 함께 하는 일이 됩니다.


요즘엔 답글을 달 때도 고민하게 됩니다. 짧게 "감사합니다"라고만 할까, 아니면 조금 더 긴 답변을 드릴까. 댓글 하나하나에 정성껏 답하고 싶은 마음과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저울질합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신 분도 아마 이런 고민을 하셨을 거라고요.


글을 쓰다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쓴 글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럴 때 예전에 받았던 댓글들을 다시 읽어봅니다. "글 읽고 힘냈어요", "덕분에 위로받았습니다"라는 말들이 제게 다시 힘을 줍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려 쓴 글이 결국 저를 위로해 주는 거죠.


혹시 지금 댓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짧아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짧은 말도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물론 댓글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저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댓글은 정말 특별합니다. 라이킷이 조용한 박수라면, 댓글은 직접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던 독자가 비로소 보이는 순간입니다.


오늘도 누군가 제 글을 읽고 계실 겁니다. 그중 어떤 분은 댓글창을 열었다가 닫으셨을지도 모르겠어요. 괜찮습니다. 다음에라도 용기 내주시면 정말 기쁘겠지만, 그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댓글 하나하나가 제게는 작은 선물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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