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브런치 에디터를 열었습니다. 깜박이는 커서만 덩그러니 있는 하얀 화면을 보고 있으니 참 막막하네요. 책상 위에는 봄 시즌 북콘서트 자료가 아직 반도 안 만들어진 채 놓여 있고, 공모전에 출품할 원고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데도 말입니다.
"매일 작은 글을 올린다"라고 스스로와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도무지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겪은 일,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 퇴근길에 본 풍경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봐도 글이 될 만한 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하루였을 뿐이에요.
억지로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한 문단쯤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다가 또 지우고. 이렇게 쓴 글은 영 어색해요. 문장은 빳빳하고, 이야기는 억지스럽고, 무엇보다 제가 봐도 재미가 없습니다. '이런 걸 누가 읽을까' 싶어지면 손가락이 멈춥니다.
문득 브런치 메인 화면을 열어봅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올렸더라고요. 어떤 분은 새벽 산책 이야기를, 어떤 분은 책 읽고 느낀 점을, 또 어떤 분은 아이와의 소소한 일상을 담았습니다. 다들 참 꾸준하다는 생각에 조금 위축되기도 해요. '나만 이렇게 막히나?'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웃기는 일입니다. 글을 쓴다는 게 숨 쉬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면서,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네요. 글쓰기가 의무가 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글쓰기가 아니라 숙제가 되어버립니다.
오랜만에 예전 글들을 뒤적여봤어요. 신기하게도 제일 반응이 좋았던 글들은 거창한 주제를 다룬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늘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강의 준비하다가 문득 든 생각" 같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들이었죠. 완벽한 글보다 솔직한 글이 독자들에게 닿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쓰지 못하는 날들도 글쓰기의 일부구나 하고요. 매일 영감이 샘솟을 순 없습니다. 어떤 날은 막히고, 어떤 날은 피곤하고, 어떤 날은 그냥 쉬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죠. 무리하게 억지로 짜낸 글보다는 차라리 하루 쉬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실은 지금 이 글도 "쓸 게 없다"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되었네요. 쓰지 못하는 날에 대한 고민이 결국 글감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글쓰기란 참 묘한 일입니다.
오늘 밤, 어딘가에서 저처럼 빈 화면을 마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괜찮다고요. 오늘 못 쓰면 내일 쓰면 되고, 내일도 안 되면 모레 쓰면 됩니다. 글쓰기는 마라톤이 아니라 산책 같은 거니까요. 어떤 날은 빨리 걷고, 어떤 날은 천천히 걷고, 어떤 날은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봐도 됩니다.
중요한 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걷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키보드 앞에 앉게 될 테니까요.
작가님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