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브런치 글 목록을 한참 스크롤해서 내려갑니다. 한참을 내려가야 나오는 초기 글들. 라이킷 2개, 댓글 0개. 팔로워가 없던 시절, 그렇게 고심고심해서 썼던 글들이 거기 조용히 누워 있습니다.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 서툴고, 어색하고, 지금 보면 다듬고 싶은 문장들 투성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은 날것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기교 없이 솔직했던 그때, 오직 쓰고 싶어서 썼던 그 순수함이 거기 있어요.
아이러니합니다. 그때는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던 글들인데 아무도 읽지 않았고, 지금은 비교적 편하게 쓴 글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거든요. 물론 지금 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해요. '그때 그 글들도 읽어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팔로워 0명 시절의 명작(?)들. 지금의 독자분들은 그 글들을 모릅니다. 브런치는 최신 글 위주로 노출되니까요. 1년 전 글, 2년 전 글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가 없어요. 타임라인에 묻혀버린 채로 말이죠.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수정해서 다시 올릴까?' '그때의 진심에 지금의 문장력을 더하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더하여 지금의 독자분들께 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망설여집니다. 비슷한 글이 두 개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재탕처럼 보이면 어쩌지? 예전 글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글을 써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이런 고민.. 저만의 고민일까요?
생각해 보면 초기 글들이야말로 진짜 '내 글'이었습니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라이킷이 몇 개 나올지, 댓글이 달릴지 안 달릴지 상관없었죠. 그냥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순수하게, 오롯이 내 마음을 담아서요.
지금은 어떨까요? 독자분들을 의식하게 됩니다. '이 표현이 더 공감을 얻을까?', '이 제목이 클릭하고 싶게 만들까?'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요. 성장한 건지, 아니면 뭔가 잃어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팔로워가 늘어난 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생겼다는 것,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립습니다. 라이킷 2개짜리 글을 쓰던 그 순수함이. 아무도 안 봐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오직 내 마음에 충실했던 그때가 말이에요.
혹시 지금 브런치를 막 시작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팔로워가 없어서 라이킷이 몇 개 안 나와서 속상하신가요? 괜찮습니다. 그 글들은 나중에 당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될 거예요. 순수하게 쓴 글은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저처럼 이미 어느 정도 팔로워가 생긴 작가분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초기 글들 다시 보셨나요? 수정해서 올릴까 고민하셨나요? 당신만 그런 거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같은 고민을 해요.
예전 글을 그대로 둘지, 수정해서 올릴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정답은 없어요. 다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글들은 쓰인 순간 이미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
가끔 이렇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 목록을 쭉 내려가서 초기 작품들을 찾아 읽어요. 그분의 출발점이 궁금해서요. 지금의 문체로 다듬어지기 전,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 작가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는지 보이거든요.
그리고 저도 용기를 내봅니다. 초기에 썼던 글 중에서 정말 애착이 가는 것들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리기도 해요. '재탕'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의 독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서요. 그때는 아무도 못 봤던 그 진심을, 지금이라도 나눠보고 싶어서입니다.
비슷한 글이 두 개 있는 게 이상할까 봐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봤어요. 같은 주제라도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요. 그 사이의 시간이 글에 묻어 있을 테고, 그것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혹시 독자분들도 가끔 시간 내서 작가의 초기 글들을 찾아봐 주시면 어떨까요? 스크롤을 한참 내려가서, 라이킷 몇 개 안 달린 그 글들을 말이에요. 거기서 그 작가의 진짜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서툴지만 순수했던, 반응 없어도 열심히 썼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요.
그리고 작가분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초기 글들, 부끄럽더라도 가끔 다시 봐주세요. 그리고 정말 아끼는 글이 있다면 다시 꺼내놔도 괜찮습니다. 그건 재탕이 아니라, 묻혀버린 보물을 다시 빛나게 하는 일이니까요.
* 25년 9월 9일. 첫 브런치 입성..
오늘(26년 1월 21일) 135일째 글쓰기 중입니다.
처음 분양 받은 저의 글방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했습니다.
수담 글방 시즌2...
오늘부터 1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