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왕국의 탄생

by 수담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 말의 세계와 글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말의 세계는 빠르고 화려했지만, 글의 세계는 느리고 고요했지요. 그 글의 세계 한편에 어느 날 "브런치"라는 새로운 땅이 생겨났습니다.


처음 그곳은 텅 빈 황무지였습니다. 하얀 공간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고, 발자국 하나 없이 적막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 말입니다.


그러자 하나둘, 여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펜"이라는 마법 도구를 들고,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룰성바랄희라는 이름의 이는 이루고 싶은 희망을 품고 왔고, 호수공원처럼 고요한 마음을 가진 이가 평화를 안고 왔습니다. 카노금향은 금빛 향기를, 초록열정은 푸른 열정을, 빛나는 자는 스스로의 빛을 가지고 왔지요. 마이드림은 꿈을, 유온의숲은 따뜻한 숲의 기운을 품었습니다.


테라는 대지처럼 묵묵하게, 오즈의마법사는 신비로운 마법을, 손글송글은 손글씨의 온기를 담아 왔습니다. 김성수, 김문식, 도씨, 최순옥은 진실된 이름으로, 감성반점은 마음의 점을 찍으며, 빈자루는 비움의 지혜를, 밤얼음은 고요한 밤의 깨달음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수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뜻의 이름을 품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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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팔로워 0명의 계곡"이라 불리던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 첫 글을 썼습니다. 밤을 새워 고심하고,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았습니다.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었지요.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고, 또 쓰고, 계속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에서 "라이킷"이라는 작은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글을 읽고 마음을 움직일 때마다 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처음 받은 별 하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때의 설렘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더 신비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댓글"이라는 꽃이었지요. 별보다 얻기 어려웠지만, 한번 피어나면 오래 남았습니다. 그 꽃에서는 진심의 향기가 났습니다.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꽃잎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보물이었습니다.


여행자들은 서로의 글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룰성바랄희의 희망에 호수공원이 고요한 댓글을 달고, 카노금향의 향기에 초록열정이 응답했습니다. 빛나는 자의 글에 마이드림이 용기를 얻고, 유온의숲이 따뜻한 위로를 건넸습니다. 테라의 묵묵함에 오즈의마법사가 감탄하고, 손글송글의 온기에 감성반점이 마음의 점을 찍었습니다. 김성수, 김문식, 도씨, 최순옥은 진실된 말로 서로를 격려했고, 빈자루와 밤얼음은 고요한 지혜로 함께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떤 이들은 별을 많이 모았습니다. "인기작가"라 불렸지요. 새 글을 올릴 때마다 수백 개의 별이 쏟아졌고, 수십 송이의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들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읽혔고, 왕국 곳곳에 울려 퍼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 쓴 글들, 그 순수했던 글들은 여전히 묻혀 있었습니다. 별도 없고 꽃도 없이 말이에요.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초심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이 왕국에는 세 가지 법칙이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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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쓰지 못하는 날도 작가의 날이다. 글이 막히는 날,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 그런 날들도 모두 글쓰기의 일부입니다.


둘째, 댓글 하나가 별 천 개보다 무겁다. 숫자가 아니라 진심이, 많음이 아니라 깊이가 진짜 가치입니다.


셋째, 묻혀버린 글이 가장 순수하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오직 쓰고 싶어서 썼던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소중합니다.


진정한 보물은 별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닿는 울림, 진심으로 주고받는 댓글 한 송이, 숫자 없이 썼던 그 순수한 마음이 진짜 보물이었습니다.


이것은 수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목격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이야기지요.


이룰성바랄희, 호수공원, 카노금향, 초록열정, 빛나는, 마이드림, 유온의숲, 테라, 오즈의마법사, 손글송글, 김성수, 감성반점, 김문식, 도씨, 최순옥, 빈자루, 밤얼음, 그리고 수담.


우리는 모두 브런치라는 왕국의 여행자입니다. 각자 다른 이름, 다른 꿈을 가지고 왔지만, 같은 하늘 아래서 글을 씁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별이 되어주고, 누군가의 꽃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그 순수한 마음을. 라이킷 하나에도 설레던 그 마음을. 댓글 한 송이에 하루 종일 기뻐하던 그 마음을.


브런치라는 왕국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새로운 여행자들이 도착하고, 별이 반짝이고,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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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기준 : 『백짤 # 50』(2025,12.30) ~『아무도 읽지 않는 글』(2026.1.22.) 댓글 5번 이상

2.『당신의 이름으로 시를 써 드립니다 』에 언급된 분은 제외했습니다.

3.『브런치 왕국의 탄생 』반응이 좋으면 시즌2 고려해 보겠습니다.^^

4. 소설 내용의 기초가 되었던 글입니다.

- https://brunch.co.kr/@sudam/276

- https://brunch.co.kr/@sudam/290

- https://brunch.co.kr/@sudam/291

- https://brunch.co.kr/@sudam/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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